“타미플루는 안 들어온 지 꽤 됐고요. 콜대원도 찾는 사람이 많아서 물량이 달리네요.”
최근 독감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독감 치료제의 수급이 원활히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약회사들은 수요 급증을 고려해 치료제 유통량을 늘리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1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마지막 주(12월 22~28일) 외래환자 1000명 가운데 독감 증상을 보인 의심환자 수를 나타내는 인플루엔자 의사환자(ILI)는 73.9명으로 1주 전 대비해 1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많은 의약품이 품절 상태”라면서 “독감이 유행하다 보니 독감 치료제를 찾는 환자가 많다. 타미플루같은 독감 치료제는 약국에 따라 다르지만, 못 구하는 곳도 꽤 있다. 콜대원 등 감기약도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처방약 중에서도 품절된 의약품이 많다”고 말했다.
독감 환자 외에도 호흡기융합세포바이러스(RSV), 코로나19 등 호흡기 질환이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독감의 유행은 아직 정점이 오지 않았기에 환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감기와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휴먼 메타 뉴모(HMP) 바이러스 감염도 대규모로 감염이 발생한 중국에서 유입돼 증가세를 보인다.
제약사들은 호흡기질환자 증가 추세에 대응해 유통량을 늘리고 있지만, 일부 약국에 환자가 몰리면서 수급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로슈의 대표적인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는 HK이노엔과 유통판매 계약을 맺고 국내 시장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로슈 관계자는 “현재 독감치료제 재고는 충분한 것으로 확인된다. 유통량을 늘리고 있는 만큼 각 약국에서 필요한 물량을 조만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열진통제 등 감기약을 생산하는 제약사들도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판피린과 챔프 등 감기약을 생산하는 동아제약은 아직 수급 상황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속해서 독감이 유행하고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만약 수요가 증가한다면 그에 맞게 적절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코대원, 콜대원 등 감기약을 생산하는 대원제약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감 유행은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코로나19 유행 초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던 시절에는 2년 이상 독감 유행이 나타나지 않았으나, 2022년 9월부터 유행이 시작돼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후 크고 작은 유행이 끊이지 않았다. 2024년 7월에 이르러서야 독감 유행주의보가 해제됐다고, 최근 다시 환자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12월 20일 독감 유행주의보가 5개월 만에 다시 발령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위원은 “대규모의 유행보다는 최소 1~2달 동안 중간 규모의 유행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고위험군은 미리 백신을 접종하고 혹시 증상이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의료기관을 방문해 적절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