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책의 효과와 별개로 한국은 이민사회로 이행까지 갈 길이 멀다. 이민자들은 여전히 차별받고, 한국 사회에 온전히 스며들지 못한 채 그들만의 새로운 사회를 만든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은 주로 특정 지역에 밀집돼 있다. 1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서울 중구(10.6%), 구로구(12.5%), 금천구(12.5%), 영등포구(12.5%)와 경기 안산시(14.2%), 시흥시(12.3%), 안성시(11.0%), 포천시(12.2%), 충북 음성군(15.9%), 진천군(12.5%), 전남 영암군(14.2%)은 총인구 중 외국인 비율이 10%를 초과한다. 반면, 부산 동래구와 연제구, 대구 수성구, 경기 과천시는 외국인 비율이 1%로 안 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중소도시를 불문하고, 외국인들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경기 안산시 원곡동 등 외국인 밀집지역으로 모여든다.
지난해 한국도시설계학회지 제25권 제4호에 실린 ‘한국계 중국인 거주지 인식과 이주 현상에 관한 연구(노수동)’ 논문에 따르면, 한국계 중국인 밀집지역 중 한 곳인 대림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집값과 생활물가가 폭등하기 전까지 한국계 중국인들이 모여들던 장소였다. 익숙한 이미지, 한국계 중국인들 간 네트워크의 존재가 유인이 됐다. 이후 대림동에서 외국인들이 유출됐지만, 다음 목적지는 외국인 밀집지역인 안산시 등이었다.
문제는 외국인 밀집지역에 대한 이미지다. 그동안 학술연구, 언론보도 등은 주로 외국인 밀집지역의 범죄, 외국인 밀집지역에 거주하는 내국인의 두려움 등에 주목했다. 그 결과로 외국인 밀집지역은 내국인들이 떠나는 혐오지역이 됐고, 외국인들은 일종의 ‘문화섬’에 갇혔다.
무엇보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혐오와 ‘갑질’이 사회 곳곳에 만연하다. 여성가족부가 2022년 발표한 ‘2021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외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경험은 꾸준한 감소에도 여전히 두 자릿수(16.3%)에 정체돼 있다. 근로조건에서 결혼이민자와 귀화자들의 취업자 중 단순노무 종사자 비율은 32.4%로 전체 근로자(14.4%)의 2배를 웃돌았다. 상용근로자 비중은 47.7%로 전체 근로자(54.6%) 대비 6.9%포인트(p) 낮았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갑질도 여전하다. 2023년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5670억 원 규모의 외국인 근로자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여기에 다문화 가족에 대한 배려정책은 ‘역차별’로 여겨져 공격을 받는다. 다문화 가족에 대한 보육기관 입소 우선순위가 일례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개최한 ‘유아교육 포럼’에서 유보(유아교육·보육) 통합기관 입학기준 관련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응답자들은 우선순위 부여 필요성이 가장 낮은 집단으로 다문화 가족을 꼽았다. 다문화 가족에 대한 지원정책은 수는 많지만, 예산 투자는 미미하다. 그런데도 이런 정책들은 역차별로 여겨져 반감을 산다.
이런 외국인에 대한 차별·혐오 정서는 우리나라가 이민사회로 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를 해소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이민자만 늘리면 사회 갈등만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