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요직에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 측근이 선출되면서 인사권 남용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 이사회는 최근 김병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신임 의장으로 선출했다. 김 변호사는 2016~2018년 농협중앙회 이사로 활동하며 이사회 멤버였던 강 회장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계열사도 '강호동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최근 취임한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경남 출신이란 지역 연고를 통해 강 회장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인물로 분류된다. 강 회장은 합천, 강 행장은 진주 출신이다.
성과가 양호한 계열사 대표들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 농협 금융 계열사 대표들은 중앙회장이 도중에 바뀌더라도 정해진 임기를 마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농협손해보험, NH저축은행, NH선물의 실적이 안정적이었음에도 임기 1년여를 남겨둔 채 교체됐다. 업계에서는 "강호동 체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1월 직선제로 치러진 농협중앙회 제25대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같은 해 3월 선거 캠프 출신 인사들을 농협중앙회와 계열사 주요 직위에 임명하며 ‘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2022년 NH농협무역 대표에서 퇴임한 뒤 강 회장의 선거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영현 상호금융 대표이사 역시 강 회장 선거 캠프 출신으로, 과거 농협네트웍스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 회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새로 임명된 주요 임원을 살펴보면 과거 각 부문장이나 본부장으로 퇴임한 사람이 상당수"라면서 "중앙회장의 무분별한 인사 단행이 농협 임직원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관심 가지고 한번 살펴봐 달라"고 꼬집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간의 특수한 지배구조는 오래전부터 지적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 간의 권력 구조 개편을 목표로 대대적인 검사를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강 회장은 국회 질의에 대해 "일 잘하는 사람을 일반 기업에서 스카우트해서 쓰는 경우도 많다"며 "투명하게 공정하게 인사가 진행될 수 있게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