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까지 참전한 ‘2나노’ 시장…삼성, 수율 개선·고객 확장 절실

입력 2025-01-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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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라피더스, 2나노 고객에 '브로드컴'
4월 시험 생산…6월 샘플 공급 계획

▲일본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가 최근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서 미국 거대 팹리스 기업 브로드컴을 고객으로 잡았다. 그간 3나노 시장에서 고배를 마셔온 삼성전자가 올해 2나노 공정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 기업의 거센 추격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라피더스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에 6월까지 2나노 공정을 통한 칩 샘플을 공급할 예정이다. 4월부터 시험 생산에 착수한다. 브로드컴은 칩 샘플의 성능을 평가한 뒤 본격적으로 칩 생산을 위탁할 것으로 보인다.

브로드컴은 전 세계에서 5번째로 규모가 큰 반도체 회사다. 주로 데이터센터용 칩을 전문으로 설계한다. 주요 고객에는 구글, 메타 등 굵직한 빅테크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업계에서 인공지능(AI)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꼽힌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처음으로 시가 총액이 1조 달러(약 1460조 원)를 돌파했다.

양사가 2나노 협력을 맺으면서 신생 기업 축에 속하는 라피더스의 선단 공정 기술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키옥시아, 소프트뱅크 등 일본 대표 대기업 8곳이 반도체 산업 성장을 위해 2022년 설립한 기업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몸집을 빠르게 부풀리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약속한 지원금은 1조200억 엔(약 9조5000억 원)에 달한다.

브로드컴 외에도 라피더스는 일본 AI 스타트업 프리퍼드 네트웍스(PFN) 및 AI 서비스 제공업체 사쿠라 인터넷 등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PFN은 앞서 삼성전자에도 2나노 기반 AI 가속기 칩 생산을 맡긴 바 있다. 라피더스는 현재 신흥 기업을 중심으로 30~40개 업체와 반도체 수탁 생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제2공장 전경 (자료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제2공장 전경 (자료출처=삼성전자)

라피더스의 가파른 성장은 삼성전자에게는 눈엣가시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2나노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다.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동시에 후발주자인 라피더스의 추격까지 신경 써야 하는 불편한 위치가 됐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지난달 취임 후 임직원에게 보낸 첫 메시지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전환을 누구보다 먼저 이뤄냈지만, 사업화에서는 아직 부족함이 너무나 많다”며 2나노 공정의 빠른 램프업(생산능력 증가)을 첫 과제로 주문한 바 있다. 3나노에서 빼앗지 못한 시장 주도권을 2나노에서 찾겠다는 의지다.

우선 과제는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 GAA 공정을 3나노 공정에 선제적으로 도입했지만, 여전히 수율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AA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 게이트(전류가 드나드는 문)와 채널(전류가 흐르는 길)이 닿는 면을 4개로 늘린 공정 기술이다. 닿는 면이 3개였던 핀펫(FinFET) 공정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전력 효율이 높다. TSMC는 올해 2나노 공정부터 GAA를 도입한다.

삼성전자는 본격적인 2나노 공정 양산에 대비해 시설도 재정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시험생산을 위해서 지난해 4분기부터 화성사업장 내 파운드리 라인 S3에 장비를 차례로 반입 중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역시 2나노 공정 중심으로 전략을 바꿨다. 당초 삼성전자는 해당 공장 생산 계획에 관해 ‘4나노 및 2나노 대량 생산’이라고 밝혔으나, 최종적으로 ‘2나노 대량 생산’으로 변경됐다. 2나노에 전사적 역량을 쏟겠다는 것이다.

한 사장은 직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미주총괄(DSA) 담당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TSMC 본사 전경 (연합뉴스)
▲대만 TSMC 본사 전경 (연합뉴스)

TSMC 역시 올해 2나노 공정 생산량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TSMC의 2나노 전체 생산능력은 올해 말 월 5만 장 이상에서 내년 말에는 12만~13만 장에 이를 전망이다. 초기 수율 역시 60%로, 양호하다는 평가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객사들의 2나노 공정 제품에 대한 수요가 3나노보다 매우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TSMC의 비싼 수탁 비용이 삼성전자에게 기회로 다가올 것이란 분석도 있다. TSMC 2나노 공정 웨이퍼 한 장당 가격은 3만 달러 수준으로, 4·5나노 공정 대비 2배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2나노 초기 고객으로 꼽혔던 미국 애플은 자사의 아이폰 17 또는 아이폰 18 시리즈에 탑재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생산을 내년으로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자유시보는 엔비디아 퀄컴이 삼성 2나노 공정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고성능 칩을 위해서는 2나노 공정의 안정적인 전환이 필수적”이라며 “파운드리는 서비스 산업인 만큼 적정 가격 등을 책정해 다른 업체들에서는 하지 못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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