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 조성이 활발하다. 국내·외 기업들이 유망 기술을 보유한 국내 소규모 바이오기업에 관심을 두고 전폭적인 지원을 투입 중이다. 연구개발(R&D) 촉진은 물론 장기적으로 인수합병(M&A) 성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규모와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이 R&D 중심 바이오텍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이오텍들이 참가할 수 있는 경쟁 무대를 마련하고, 두각을 나타내는 참가자를 선정해 연구와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말 진행한 ‘2024 서울바이오허브-메디톡스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바이오 스타트업인 미메틱스와 엑솔런스 등 두 기업을 올해 초 선발했다. 미메틱스는 약물전달, 장기조직 접합체 등에 적용 가능한 생체모방 기술을 연구한다. 엑솔런스는 엑소좀 약물전달체 제작 플랫폼 기술을 연구한다.
메디톡스는 미메틱스와 엑솔런스에 서울바이오허브 입주권과 단계별 선발에 따른 특화 프로그램을 통한 공동 연구 및 제품 개발, 마케팅 기회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메디톡스벤처투자는 해당 기업의 투자 유치 기회 제공을 담당한다.
또 프로그램을 함께 마련한 서울바이오허브는 체계적인 기업 진단을 통해 맞춤형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공동연구 및 임상, 기술사업화를 위한 지원과 컨설팅을 진행한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7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서울바이오허브와 우수 기술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고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같은 해 11월까지 항노화, 항암제, 희귀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의 분야에서 유망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 후보군을 지원 대상으로 검토해 왔다.
한국노바티스도 서울시, 서울바이오허브 등과 공동 개최한 ‘제5회 헬스엑스 챌린지 서울’ 공모 프로젝트에서 비바이노베이션과 테서 등 2개 기업을 최종 파트너사로 선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노바티스의 바이오·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혁신 경진대회인 ‘헬스엑스 월드 시리즈’의 일환으로 마련된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다.
비바이노베이션은 ‘환자 및 주요 이해관계자를 위한 환자 여정 안내’와 ‘연결된 환자 보고 결과 측정 도구’ 솔루션 부문에서 건강 검진, 추적 검사 결과 활용과 분산형 임상 연구 데이터 형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테서는 인공지능(AI) 기반 환자 검사 결과지 분석을 통한 암 치료 여정 가이드를 선보였다.
최종 선정된 두 기업에는 연구지원금 각 4000만 원과 서울바이오허브 입주 혜택이 주어진다. 한국노바티스는 전문가 연계 멘토링 및 코칭,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 및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 등 파트너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기업들이 오픈이노베이션에 집중하는 이유는 신규 파이프라인 창출과 기업 혁신을 앞당길 수 있어서다. 중견·대형 기업들은 자금 확보가 수월하지만 파이프라인 추가, 폐기나 신속한 방향 전환이 어렵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 가능한 바이오텍의 R&D를 지원하면서 라이선스 계약이나 M&A 후보를 탐색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제약바이오협회 등 정부와 산업계도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를 독려하며 지원에 적극적이어서, 향후 기업들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회계경영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연례보고서에서 초기 및 중기 개발 단계의 바이오텍들이 대기업에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며, 방사성의약품 및 면역학 분야의 바이오텍은 건전한 M&A 활동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전문가는 “항암, 비만, AI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고, 이미 시장을 선점한 제품도 있는 분야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유능한 바이오텍과 M&A를 통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일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바이오텍 대부분이 자금 조달에 고질적인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오픈이노베이션이 생존에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