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포기합니다” 안 팔리는 지식산업센터, ‘눈물의 경매’행

입력 2025-01-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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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시 지식산업센터 건설현상(사진=이투데이DB)
▲경기도 시흥시 지식산업센터 건설현상(사진=이투데이DB)

부동산 호황기 인기 투자처로 주목받은 지식산업센터(지산)이 대출 규제와 과잉 공급이 맞물려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자 부담을 못 버틴 수분양자가 지산을 경매로 넘기는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에 넘어간 전국 지산은 전년 동기(688건) 대비 131.7% 증가한 1594건이었다. 2022년 403건이었던 지산 경매 건수는 2023년 688건으로 69.5% 뛰었다. 3년 연속 오름세다.

시장 거래량은 줄고 있다. 프롭테크 업체 ‘부동산플래닛’ 조사 결과 지난해 3분기 전국애서 이뤄진 지산 거래는 총 699건으로 전 분기(961건)보다 27.3% 감소했다. 거래금액은 직전 분기 대비 28.7% 내린 2869억 원이다. 거래량과 거래금액 모두 202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지식산업센터는 기존 오피스를 대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저렴한 임대료와 도심의 공업지역을 개발해 개발 부가가치 상향이 가능한 투자상품으로서 주목받았다. 주택과 달리 보유 수와 상관없이 세금이 중과되지 않았고 전매제한이 없었으며, 분양가의 80%까지 대출할 수 있었다.

각 지방자치단체 또한 도시 자족 기능 강화를 위해 2018년부터 적극적으로 분양 승인에 나섰다. 2018~2023년 전국 지산 인허가 건수는 평균 108건으로 직전 8년(2010~2017년) 연평균 허가 건수(56건)의 두 배에 달했다.

2022년부터 시작된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상황은 반전됐다. 공실이 속출하며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것. 불어난 대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수분양자들은 계약금 포기는 물론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도에 나서거나 경매 시장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

공급 과잉도 가치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전국 지산은 미착공(234개)과 건축 중(95개) 물량을 포함한 총 1543개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20년 4월(1167개) 대비 32.2%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수도권 물량은 전체의 76.9%(1187개)다.

지산 시장은 올해에도 어려울 전망이다. 폭증한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 조이기를 시작하며 그 불똥이 수익형 부동산까지 튀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주요 시중은행은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집단 대출을 일시적으로 중지했다.

잔금 대출 한도도 분양가의 70~80%에서 20~50%까지 줄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분양가에 따라 잔금 대출이 진행됐으나 최근엔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임대료나 분양률, 기업 입주율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추후 대출 요건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산 소유자들이 빌린 돈을 제때 갚지 않아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에 따르면 2020년 말 평균 0.09%였던 지산 담보 대출 연체율은 2023년 말 0.20%로 2배 이상 올랐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공실은 꾸준히 느는데 거래할 투자자는 부족한 상황에서, 역세권 등 입지가 우수하고 최근에 지어진 매물 위주로 손바뀜되고 있다”며 “매매가격의 상승으로 적정 임대수익 확보를 위한 임대료 상승이 수반되면서 저렴한 임대료에서 비롯된 경쟁력도 줄었다”고 말했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이루어진 과도한 대출로 인한 보증금 반환 리스크 증가, 경기 침체에 따른 임차 수요 위축, 대출 규제 강화, 공급과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산 매수 심리가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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