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금통위 설문, ‘인하’ 우세했는데…美 고용 발표 후 ‘동결’ 수정 전망 나와

입력 2025-01-12 12:00 수정 2025-01-1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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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 11명 대상 설문…7명 “0.25%p 인하”·4명 “동결”
인하 시, 작년 10·11월 이후 3회 연속 인하 단행…금융위기 이후 처음
美 고용보고서 발표 후 연준 금리 인하 속도 지연 및 인상 가능성 거론
금통위 금리 인하→동결 전망 수정도 나와…“美 고용지표 충격, 환율 고려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며 관계자에게 손짓하고 있다. 2024.11.28 사진공동취재단 (이투데이DB)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며 관계자에게 손짓하고 있다. 2024.11.28 사진공동취재단 (이투데이DB)
이달에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이 안갯속에 놓였다. 대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작년(10·11월)에 이어 연속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듯 했다. 그러나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면서 변수로 등장했다.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전망을 인하에서 동결로 수정하는 의견도 나왔다.

12일 본지가 증권업계 채권전문가 11명으로 이달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 전망을 설문한 결과 7명(63.6%)이 0.25%포인트(p)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머지는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에 금리를 인하하면 작년 10·11월에 이어 3회 연속 인하다.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6회(10월 임시 금통위 포함) 인하한 이후 최다 연속 인하다. 당시에는 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을 매달 결정했다. 2017년부터 현재 체계(연 8회, 1·2·4·5·7·8·10·11월)를 적용했다. 금리 동결, 인하 중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소수의견은 각각 나올 것이란 전망(8명)은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만장일치 전망(3명)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설문 결과가 금리 인하 쪽으로 기울었던 가운데 미국 고용지표 결과가 변수로 등장했다. 미국 노동부는 10일(현지 시각) 작년 12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25만6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예상치를 10만 명 이상 웃돈 것이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거나 오히려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설문 과정에서도 미국 경제지표에 따라서 금통위의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예상이 일찌감치 나왔다. 금통위 전에 발표되는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현지시간 기준)는 △10일 고용보고서 △14일 생산자물가 △15일 소비자물가 등이 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지표 발표 전에 진행된 설문을 통해 “미국 고용보고서가 너무 좋게 나와서 환율이 급등하면 1월은 쉬었다 갈 가능성이 있다”며 “그래도 1450원 위에서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로 방어하는 게 나오니깐 미국 고용보고서가 시장의 컨센서스대로 나오고, 금리랑 환율도 변동성이 커지지 않으면 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고용지표의 ‘깜짝’ 결과를 보고 금통위 결정 전망을 인하에서 동결로 바꾸는 의견도 나왔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및 소수의견 2명’에서 ‘금리 동결 및 인하 소수의견 2명’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조 연구원은 “미국 고용지표 충격이 다시 이어지며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8%로, 달러인덱스는 110포인트 부근으로 올랐고, 글로벌 IB들 중에서는 올해 연준의 금리 동결 전망 및 인상 리스크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20일 트럼프 취임 전후 변동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며 “한은은 1500원을 인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금통위는 부득이하게 환율에 대한 고려를 원포인트로 높여 대응해 금리 인하를 보류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되기 전 설문에 참여하면서 인하 가능성을 전망한 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가 경기부양을 최우선 고려 사항으로 꼽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의 신정부 출범에 앞서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주목한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경기 하방 위험, 정치적 불확실성 요인에 따른 정책 부재 리스크 등을 고려해 통화당국이 1월에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며 “소위 F4(Finance 4,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로 불리는 경제 및 금융 수장들의 목소리를 이창용 한은 총재가 주도적으로 전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1월 인하 예상의 논거”라고 설명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력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불안으로 인한 경기 하강위험을 일부 상쇄시키기 위한 연속 금리 인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금리 결정변수로는 정치불안상황, 미국의 통상압력, 환율 등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한국 성장률 1%대 중반이 위협받는 상황이고, 내수위축 심화되고 있지만 추경을 포함한 재정정책 대응 불확실성 높아 통화정책 완화의 필요성 증대됐다”며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부담은 크지만 당장 국내 경기안정을 위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동결을 전망한 전문가들은 미국 신정부의 정책을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3회 연속 금리를 내릴 정도로 경제 위기가 큰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식, 스콧 베센트 장관의 첫 국채 발행 계획, FOMC, 일본 금정위 예정 등 주요 이벤트가 산적해 있는데 이보다 먼저 움직이기에는 작년 11월 금리 인하 때보다 환율이 60원 가까이 상승한 상황”이라며 “환율보다 경기가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주요 이벤트 앞두고 환율 부담이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3회 연속으로 내려야 할 정도로 현재 경제가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며 “3회 인하를 단행한 가장 최근 사례는 2008년 금융위기 시절인데, 그 당시만큼 현재 한국 경제가 ‘우려와 부진’을 넘어 ‘침체’의 영역으로 뚜렷하게 나아가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올해 최종 금리 2.0~2.5% 예상

채권전문가들은 올해 최종 기준금리를 2.0%에서 2.5%로 전망했다. 가장 많이 예상한 수치는 2.25%로 나타났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고환율 장기화는 올해 통화정책결정에 중요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 전까지는 경기 부양이 좀 더 고려할 변수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유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연초 국가기관의 전망치는 경제주체 등의 심리를 고려해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데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2%(기재부 1.8%, 한은 1.9%)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것은 경제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물가 및 가계부채 증가세가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경제에 부담이 되는 2.25%를 초과하는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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