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머니무브에 증권사 '활짝'…치열해지는 주도권 경쟁

입력 2025-01-1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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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 이전 두 달…증권사로 자금 이동

ETF 자동 적립·RA 서비스 등 모객 나서

▲여의도 증권가 (게티이미지뱅크)
▲여의도 증권가 (게티이미지뱅크)

퇴직연금 현물이전 서비스가 시작된 지 2개월이 지난 가운데 증권업계로의 자금이 이동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본격적인 머니무브와 함께 후발주자도 500조 원 퇴직연금 시장에 본격 뛰어드는 등 새 먹거리를 향한 주도권 경쟁이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상위 증권사 3곳(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에 8000억 원에 가까운 현물이전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중 이미 퇴직연금 현물 이전 금액이 2000억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도 같은 달 2000억 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이동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에도 꾸준히 적립금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0월 31일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연금을 해지하지 않고 사업자(금융사)만 바꿀 수 있는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후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수천억 원의 자금이 증권사로 이동한 것이다. 이전된 적립금 대부분은 은행에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투자증권은 현물이전으로 신규 유입된 계좌 중 59%가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전된 계좌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증권사로의 계좌 이전을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후자산 증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ETF 등의 주요 상품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증권사 연금 계좌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미국 ETF들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ETF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증권사 연금 계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퇴직연금 시장 머니부브가 본격화하면서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증권사 간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500조 원에 달하는 미래 시장을 선점하려는 분투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현대차증권은 조직 개편을 통해 연금 관련 조직을 확대했다. 삼성증권은 연금본부를 디지털 부문과 합쳐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은 연금 부문 핵심 경쟁력으로 ETF 적립식 자동투자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8월 퇴직연금 계좌에 적용했다. 미래에셋증권도 5월 해당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차증권과 삼성증권도 같은 시스템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실시간으로 ETF 거래가 가능하고 수수료도 낮은 데다 유동성도 좋아 가입자의 ETF 투자 선호도가 크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RA)를 통한 리스크 관리에도 나섰다. 올해 허용되는 RA 퇴직연금 일임 서비스는 인공지능(AI)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자금을 대신 운용해 주는 서비스다.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연내 RA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후발주자들도 고삐를 당기고 있다. 키움증권은 1일 지난해 운영한 퇴직연금준비 태스크포스(TF)를 연금사업팀으로 승격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관련 상품을 내놓으며 퇴직연금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건 그만큼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00조793억 원 규모다. 연 10%에 가까운 성장률을 고려하면 올해 500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0년 후 1000조 원에 육박하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금융사의 안정적인 수익원인 데다 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감안하면 시장 점유율 선점이 중요하다"라며 "현물이전 제도부터 RA 서비스 허용까지 지각변동이 이뤄지는 시기인 만큼 올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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