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총리 “그린란드와 함께 왕국 유지하고 싶어”
“덴마크, 트럼프 측에 미군 증강 논의 의향 전달”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전날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립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는 덴마크인이 되고 싶지 않고 미국인이 되고 싶지도 않다”며 “그린란드인이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가 다른 국가 정상과 대화할 땐 덴마크 대사가 함께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우리만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며 “현상 유지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그린란드는 오랫동안 그래왔듯 미국과 협력할 수 있다”면서도 “그 운명은 그린란드 사람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는 “심각하지만, 주민들이 히스테리에 빠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짚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그린란드의 독립과 미국으로의 영토 편입에 모두 거리를 두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독립 요구는) 합법적이고 이해할 만한 것”이라면서도 “덴마크, 그린란드, 페로 제도 자치령을 포함하는 덴마크 왕국을 함께 유지하고 싶다. 우리가 함께라면 글로벌 경쟁에서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편입에 대해선 “미국이 그린란드에 관한 관심을 늘리는 것은 우리에게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이어 “투자와 사업, 광물 채굴에 대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고 덴마크 입장에선 그린란드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돼 기쁘다”며 에둘러 선을 그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2019년 그린란드 매입을 처음 제안했을 때만 해도 프레데릭센 총리를 비롯한 덴마크 정치인들은 분노와 조롱으로 반응했지만, 이번에는 섬을 파는 대신 북극에서 미국과 협력하고 싶다면서 훨씬 더 미묘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FT는 짚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덴마크는 그린란드에 주둔하는 미군 증강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메시지도 트럼프 당선인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가 판매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섬과 관련한 다른 요청에 대해선 논의할 의향이 있음을 표명했다”며 “미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하지 않고도 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신시키려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