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이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고 했다”
김정은에 포로 교환 제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포로들을 귀환하는 조건으로 생포한 북한군 2명을 인도하겠다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제안했다.
프랑스24ㆍ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김정은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북한 군인의 교환을 추진할 경우에만 북한 시민을 김정은에 넘겨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귀환을 원하지 않는 북한 병사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면서 “특히 이 전쟁에 대한 진실을 한국어로 널리 알려 평화를 앞당기고자 하는 이들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처음 생포한 북한군 병사들 외에도 의심할 여지 없이 다른 병사들도 있을 것”이라면서 “세계 누구도 러시아 군대가 북한의 군사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는 북한의 군사 지원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포로 교환 제안은 한국 국가정보원이 우크라이나가 전날 북한군 2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한 것을 확인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고 AFP통신, 프랑스24 등이 설명했다.
젤렌스키는 이날 생포한 북한군 2명을 심문하는 2분55초짜리 영상도 공유했다. 영상 속에서 한 수감자는 침대에 누워 있고, 다른 수감자는 턱에 붕대를 감은 채 침상에 앉아 있다.
한 남자의 통역을 통해 이뤄진 심문에서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 “우크라이나와 상대로 싸우는 거 알고 있었나”라는 질문에 누워 있는 포로들은 고개를 저으며 “모른다”고 답했다. 또 “지휘관들에게 어떻게 지시를 들었느냐”는 물음에는 “훈련을 실전처럼 해야 한다고 했다”고 대답했다.
한 북한군은 “3일 전선에 나와서 동료들이 죽는 것을 보고 방공호에 숨어 있다가 5일 부상한 후 잡혔다”고 설명했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가”라고 묻자 “우크라이나 사람들 다 좋은가. 여기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잘 얘기하면 최대한 여기서 살 수 있도록 해보겠다.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한다”는 말에 북한군은 “집에는 안 보내주겠지?”라고 되물었다. 이에 “집에 가고 싶으냐”고 질문하자 “가라면 가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남으라면 남겠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북한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나”라는 질문에 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한 이후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병사를 살아있는 채로 생포했다고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둘의 나이는 20대로 파악됐다.
젤렌스키는 “북한군 포로들이 필요한 의료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수도 키이우에 있는 우크라이나 정보당국(SBU)에 구금돼 있다”고 밝혔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약 1만2000명의 군인을 러시아에 파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북한군 사상자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3000명으로, 한국은 1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러시아와 북한은 어느 쪽도 젤렌스키의 북한군 생포 소식에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