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은 쓰면서 ‘보청기’는 왜?…노인 난청, 치매·우울 악순환 어쩌나

입력 2025-01-13 13:07 수정 2025-01-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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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 효과에도 보급률 13%…의료 전문가들, 보청기 급여화 서둘러야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인성 난청 국가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재호 대한난청협회 이사장(가운데)과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 중이다. (한성주 기자 hsj@)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인성 난청 국가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재호 대한난청협회 이사장(가운데)과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 중이다. (한성주 기자 hsj@)

“사람들은 눈이 나쁘면 자연스럽게 안경을 착용하지만, 청력이 떨어질 때는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고 ‘나이가 들어서 그러려니’ 하며 방치한다.”

청각장애 당사자인 김재호 대한난청협회 이사장은 국가가 난청 환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더 이상의 청력 손실을 막고,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노인성 난청 환자들에 대한 보청기 지원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한이과학회, 대한난청협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노인성 난청 국가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노인 보청기 급여화 필요성을 논의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에서 난청은 장애 등급에서 제외돼 있는데, 해외 선진국 대부분은 준장애등급을 규정하고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보청기 사용은 난청 환자의 치매, 인지력 저하 예방을 돕는 것으로 입증됐다. 지난해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란셋이 개정한 ‘치매 예방, 중재 및 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 예방을 위한 14가지 조절 가능 항목에 의해 전체 치매 예방 가능성은 45%가량이다. 이 중 노인청 난청의 치매 예방 가능성은 7%, 노인성 난청 관리인자를 더하면 15%에 달했다.

또 지난해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청력이 정상인 사람에 비해 난청 환자는 치매 위험이 20% 증가하고, 보청기 사용 난청 환자는 정상인보다 치매 위험이 6%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난청 환자의 보청기 사용은 치매 위험을 12%가량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서재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대한이과학회 학술이사)는 “노인성 난청은 사회적 고립, 인지기능 저하 등 개인의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사회적으로는 생산성 저하, 복지 비용 증가 문제로 번져 정책적 대책 마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보청기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해 노인 보청기를 급여화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현재 국내 보청기 비용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는 청각장애인 등록자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대다수 노인 환자는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재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대한이과학회 학술이사)가 노인성 난청 환자에 대한 보청기 지원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서재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대한이과학회 학술이사)가 노인성 난청 환자에 대한 보청기 지원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이와 관련 8기 국민건강영향조사(2019~2021년)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약 20.5%는 보청기가 필요한 정도의 중고도~고도 난청 환자로 파악됐다. 하지만 전체 노인성 난청 환자 가운데 청각장애인으로 인정돼 보청기 급여 지원을 받는 비율은 6%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국가에서 보청기 보조금을 급여로 지원받는 ‘보청기 3자 지원 구매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11~15% 수준이며, 보청기 보급률도 13% 내외로 추산된다. 반면 영국,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의 3자 지원 구매율은 80%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고 보청기 보급률도 40%를 상회한다.

보청기 사용에 대한 경제성도 크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지원으로 진행한 보청기 국내 경제성 분석 결과, 보청기 사용을 통한 이득이 비용에 비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보청기 사용 시 건강 수명은 0.5년 증가하지만, 1000만 원가량이 소요돼 비용이 보청기 사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이날 구체적인 비용 추계도 나왔다. 박무균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대한청각학회 학술임원)는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성 난청 환자 수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라며 “난청은 심혈관질환, 관절염, 치매, 당뇨, 종양 등 주요 만성질환과 비교해 가장 좋은 비용효과를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65세 이상, 50데시벨(dB) 난청에 대해 보청기 비용 50%를 지원할 경우 필요한 예산은 약 300억 원으로 예상된다”라고 부연했다.

특히 노인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단 의견도 있다. 박상호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서울지회장은 “난청이 심할수록 우울증 발생 위험은 최대 2배 높아지는데, 한국의 노인 우울증 환자 수는 2010년 약 19만 명에서 2019년 31만 명으로 증가했다”라며 “보청기 급여화 시 의사소통 회복과 사회참여 및 치매, 우울증 능 난청 매개 질환 발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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