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EU 주요국 대부분 필요성 인식
자율성ㆍ미디어 접근권 등 보호돼야
아동ㆍ청소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을 법으로 규제하거나 이를 준비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의 올바른 자아 형성을 돕고 정신건강 예방 차원에서 이들을 SNS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다.
반면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야 할 청소년의 자율성과 선택권 침해, 나아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법적 규제라는 반론도 나온다.
18일 블룸버그와 스트레이트타임스 등 주요 외신과 국회입법조사처 연구보고서 등을 종합해보면 글로벌 주요국이 속속 아동ㆍ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SNS 규제 또는 지침을 준비 중이다.
앞서 7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SNS 사용 최소연령 법률제정을 위해 호주 정부의 사례를 바탕으로 협의를 시작했다.
라하유 마잠 싱가포르 국무부 장관은 의회에 나와 “SNS 접근연령 제한의 근본 목적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해악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호주는 작년 11월 ‘16세 이하 청소년 SNS 사용금지법’을 가장 먼저 제정했다.
국제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 조사 결과를 봐도 관련법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입소스가 작년 6~7월 전 세계 30개국 만 18~75세 사이 2만37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3가 만 14세 이하의 SNS 이용 금지법을 찬성했다.
국가별로는 프랑스 응답자 80%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인도네시아 79% △인도 73% △호주 71% △영국 63% △브라질 60% △미국 60% △한국 57% △일본 52% 순이었다. 예외적으로 독일 찬성률이 40%에 그쳤다.
여론조사와 마찬가지로 입법 시도 역시 개별 국가마다 시작됐다. 이탈리아의 경우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개설을 금지하는 온라인 입법 청원이 나왔다. 각계 저명인사가 청원에 동참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16세 미만은 SNS 계정 개설을 차단하자는 게 골자다. 14세 미만은 휴대전화 보유 자체를 금지하자는 주장마저 나온다.
미국은 경고 문구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시작됐다. SNS 가입 또는 메인 화면에 ‘청소년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라는 내용의 경고문을 포함하자는 주장이다.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42개 주 법무장관이 이런 ‘경고문 부착 의무화’를 골자로 한 입법 필요성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2023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10명 중 4명(40.1%)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도 규제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조정훈 국민의 힘 의원은 청소년의 SNS 일별 이용 한도 등을 담은 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4세 이상인 청소년부터 SNS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에서도 규제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잦은 자녀를 둔 학부모 역시 일별 이용 한도를 떠나 사용 전면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글로벌 주요국이 직면한 갖가지 맹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먼저 규제에 앞서 법률 적용 대상인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먼저 규정해야 한다. 그래야 입법의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조건 없는 규제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 호주의 경우 아동ㆍ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자체를 금지하는 게 아니다. 소셜미디어 계정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보완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셋째, 면책 규정의 도입 여부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호주의 입법 사례를 보면 보호자인 부모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조건 없는 금지 대신 부모가 동의할 경우 이들이 SNS 계정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부분도 염두에 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입법처는 “나이 확인을 위해 수집한 아동ㆍ청소년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