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긴 시간 축적한 임상데이터와 경험이 산업계와의 협력으로 빛을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병원과 산업계의 협력이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사내 독립기업으로 시작한 AMC사이언스는 HD현대의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에 인수되며 본격적으로 그룹 체제에 편입됐다. AMC사이언스는 서울아산병원의 임상 연구 데이터를 활용해 신약개발과 연구를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AMC사이언스는 HD현대가 270억 원을 투자해 설립했고, HD현대그룹의 공익법인인 아산사회복지재단이 50억 원을 추가 출자하며 자본을 확충했다. 서울아산병원이 보유한 풍부한 임상 연구 자원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AMC사이언스의 법인 등기상 목적에는 △신약 연구·개발업 △신기술 사용권 대여·양도업 △바이오 신약 관련 연구 개발업 △의약품 연구 개발·임상 수행업 △의약품 개발 관련 용역 서비스업 △신약 바이오 관련 사업 개발 자문업 △생명공학 관련 연구개발사업 △생명공학관련 기술연수·컨설팅업 등이 명시돼 있다.
앞서 HD현대는 2020년 미래위원회를 통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를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선정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등을 추진해왔다. 이번 편입으로 신약개발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2025’에서 헬스케어 기업 스카이랩스와 공동개발 중인 웨어러블 기기 ‘아폴론’으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CES2025 혁신상은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가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통해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제품에 수여한다.
아폴론은 반지형 센서와 손목의 디스플레이가 연결된 형태의 의료기기로 혈압·맥박수·호흡수·부정맥·체온·산소포화도 등 6가지 주요 생체징후를 동시에 측정한다. 일산병원은 “입원환자나 재택환자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고 비용과 시간을 절감해 의료현장의 업무 효율성과 환자 케어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과대학과 연구소 협력도 눈에 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바이오코어 퍼실리티센터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바이오 창업 생태계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이달 8일 체결했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보유 기술의 상호 이용 촉진, 연구기기와 시설의 공동 활용, 전문인력 및 정보교류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서울성모병원 바이오코어 퍼실리티센터는 각각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바이러스 연구자원센터 고도화’ 과제와 ‘바이오 코어 퍼실리티 구축사업’ 수행을 통해 국내 바이오 산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연구자원센터는 바이러스 기초연구를 위한 핵심 연구 인프라를 구축해, 현재 오픈랩 형태로 운영 중이다. 이 센터는 고위험 감염병 연구에 필요하지만 민간에서 활용하기 제한적인 동물이용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과 바이오뱅크 등을 외부 연구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바이오코어 퍼실리티 센터는 2022년부터 ‘바이오 Core Facility 구축사업’을 수행 중이다. 이 사업에는 루카스바이오, 마크헬츠, 서지넥스,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 에드믹바이오 등 5개 기업이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조영석 서울성모병원 바이오코어 퍼실리티센터장센터장은 “양 기관이 보유한 강점과 인프라를 통해 유망 바이오벤처 지원방안을 모색해 국내 바이오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계 관계자는 “의료현장에서 축적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의료기술을 개발하더라고 상업화까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잠재가치가 높은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