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밸류업 공시 ‘실행’ 뒤따라야

입력 2025-01-14 14:51 수정 2025-01-1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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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과장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 되면 시장 신뢰 추락

“이젠 기업들이 밸류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해도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큰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과연 이행률이 얼마나 될까요?”

최근 만난 한 외국계 기관투자자의 말이다. 금융투자업계에는 ‘단판 공시’라는 단어가 있다.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공시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단판공시는 분명 공시임에도 투자자 사이에 그 효력이 강력하게 인식되지 않는다. 실행 가능성을 낮게 예상하기 때문이다. 통상 공급 상대 등 주요 계약 정보는 빠진 채 계약금액만 부풀린 내용이 많이 담겨서다. 일부 상장사는 계약 실적 부풀리기도 서슴지 않는다.

이차전지 기업 금양은 몽골 광산 사업 계약을 과장 공시했다가 지난해 한국거래소로부터 벌점 10점을 부과받고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다. 공시가 나온 직후 단독 계약을 맺었다는 기대감으로 주가는 급등하지만, 얼마 뒤 이 계획은 절반도 달성하지 못하고 끝난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급락하고 기업가치가 훼손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만 불어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기업 밸류업 공시와 닮은 모습이다. 지난해 자본시장은 밸류업 공시 기업이 하나 나올 때마다 주가가 출렁였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밸류업 계획을 논평하는 증권사 리포트를 줄줄이 발표했다. 전체 상장사 중 102개사가 밸류업 공시를 마쳤고,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약 40% 규모다. 코스피 본공시 기업의 주가는 연초 대비 평균 4.9% 상승해 코스피 평균 수익률(-9.6%)을 약 15%포인트(p) 웃돌고 있다.

그러나 공시까지다. 현재 밸류업 본공시를 낸 기업 100여곳 중 분기별로 이행공시를 내고 있는 곳은 메리츠금융지주 단 하나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7월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뒤 매 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이행 현황을 꾸준히 공유하고 있다. 그 결과 작년 한 해 주가는 75% 넘게 뛰었고, 전날도 장중 11만 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밸류업 계획이 허무맹랑한 포부가 아니라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공유한 성과다. 소통은 곧 신뢰로 이어지고 투자자들은 주가로 화답하고 있다.

밸류업 공시가 부풀려진 단판공시처럼 돼서는 안 된다. 밸류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기업이익 감소, 해외투자자 이탈, 경제성장률 둔화 등 부정적인 이슈가 산적한 한국 시장에서 얼마 남지 않은 주가 상승 동력이다. 충분한 이행과 공시가 뒤따르지 않는 밸류업 공시는 ‘뻥튀기’ 단판 공시와 다를 바 없다. 지난해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들이 올해는 계획 이행을 넘어 적극적인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행동이 뒤따를 때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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