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상 대신 고등교육 예산 확보돼야”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한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각 대학 총학생회가 모여 등록금 인상 공동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을 비판하면서 대학 본부와 교육부를 향해 학생들에게 대학 재정의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15일 이화여대, 동덕여대, 서울여대 총학생회 등은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전국대학등록금인상공동대응’(공동대응)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인상은 교육부와 대학 본부의 고등교육 책임을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김민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기획국장은 “많은 대학에서 학교 재정이 부족해서 불가피하게 등록금을 인상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사립대는 총 11조 원에 육박하는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법인은 대학 운영을 위한 재정을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학생들의 등록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등록금 의존율은 50.1%인데 법정 전입금 비율은 4.2%에 불과하다”면서 “재정 문제는 등록금 인상이 아닌 대학 재정 구조를 바꿔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현주 서울여대 총학생회장은 “교육부는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과 부담 완화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물가가 많이 올랐으니까 이제 등록금을 올릴 때가 됐다는 말은 물가 상승의 책임을 대학생들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반지민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등록금은 국가와 학교, 학생의 합의와 논의로 책정돼야 하고 각 대학은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두고 총학생회장단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그러한 제도는 유명무실하고, 각 학교는 예산안과 결산안, 책정안 등을 졸속으로 통과시키고 있다. 학교 측은 본인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학생위원을 기만하고 회의 안건을 수정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등심위에서 학생들의 의견도 말 못하는 구조는 잘못됐다”면서 “정부와 학교 본부는 등록금 심의위원회의 민주적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 대학가에 따르면 서강대는 등록금 4.85% 인상, 국민대 4.97% 인상을 결정했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올해 등록금 인상 법정 한도인 5.49% 인상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교육부에서는 국립대, 사립대 총장들과 화상 회의를 통해 만나 등록금 동결을 당부했지만, 대학들은 줄줄이 등록금 인상 대열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최근 오석환 교육부 차관과의 영상 간담회에 참여한 8개 사립대 총장들은 장기간의 등록금 동결로 인해 ‘우수교원 충원 및 교육 여건 투자 한계’, ‘공공요금 물가 상승’ 등 재정상의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동대응은 “등록금 인상이 아닌 대학과 교육부의 적립금 사용 계획과 예산 확보가 우선”이라면서 “교육부가 고등 교육 재원을 확보해 대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대학 본부가 교육 기관으로서 재정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