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대한체육회장’ 직책, 뭐가 그렇게 좋아 포기 못 할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5-01-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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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유승민 후보가 두 손을 들고 감사를 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유승민 후보가 두 손을 들고 감사를 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 이기흥 회장의 3선 도전 논란, 문체부의 이 회장 직무정지 등 논란이 계속됐던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14일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사실 이번 선거 전까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은 적은 없었는데요.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회장 비위 의혹, 국정감사,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간 갈등, 이 회장의 무리한 3선 도전 등을 지켜보며 이렇게까지 회장직에 연연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국민도 많았습니다.

이는 체육계에 몸담은 사람이 아니라면 체육회장이 가진 권한, 예우 등과 관련해 알 기회가 적은 미지의 직책이기 때문일 텐데요. 도대체 대한체육회장 직책은 뭐가 그렇게 좋은 걸까요?

‘체육 대통령’으로 불리는 대한체육회장, 정부 눈치 안 보며 4100억 넘는 예산 집행

대한체육회장은 일명 ‘체육 대통령’이라고도 불립니다. 이는 인사권은 물론 지난해 기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내려오는 4100억 원이 넘는 예산 집행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대한체육회는 산하에 58개 경기 단체, 17개 시·도 체육회, 228개 시·군·구 체육회가 속해 있어요. 체육회장은 정부로부터 받은 예산 중 일부를 이들에게 배분할 권한을 가지고 있죠. 일부 인기 종목 단체를 제외하면 정부 예산을 받는 것이 1년 예산 집행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요.

체육과 관련한 국가사업을 진행할 권한도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대표 훈련시설 건설사업 등을 진행하는 건데요. 지난해 2000억 원 규모의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건립 사업 고의 지연 의혹으로 문체부와 갈등을 빚었다는 소식이 나오며 대한체육회가 건설사업도 주관할 수 있다는 점이 대중에게 알려졌죠.

체육회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또 있습니다. 정부의 돈을 받지만 다른 기관들 대비 정부의 눈치를 그다지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인데요. 대한체육회는 법적으로는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이지만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통합돼 있어서죠.

IOC는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를 중요 원칙으로 강조하고, 이러한 원칙이 흔들릴 땐 올림픽 출전 금지 등 여러 제재를 가하기도 합니다. 이를 빌미로 대한체육회는 정부에서 자성을 촉구할 때마다 IOC와 척질 것이냐는 점을 빌미 삼아 돈을 주는 ‘쩐주’에게 되레 큰소리치는 상황도 펼쳐지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NOC 대표 당연직 맡고, IOC 위원 되면 해외서 국빈급 대우받아

체육회장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직을 당연직으로 맡고 있습니다. 체육회장이 되면 NOC 대표로 자연스럽게 취임하는 형태인 거죠. 또한, NOC 대표 자격이 되면 IOC 위원으로 선출될 자격도 자동으로 부여됩니다.

IOC 위원이 되면 해외 출장 시 국빈급 대우를 받습니다. 타 국가 입국 시 비자가 따로 필요 없고, IOC 총회 참석 때엔 차량 제공은 물론 통역과 의전 요원도 따로 지원되죠. 공항에서는 귀빈실을 이용할 수 있고, 호텔 투숙 시엔 해당국 국기가 게양되는 등 여러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올림픽 개최지 선정 등 국제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요. 이러한 실질적 혜택과 개인의 영예를 쉽게 포기하긴 어렵겠죠.

▲지난해 10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 산하 공공기관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 산하 공공기관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문체부와 갈등 거치며 일부 권한 축소돼

체육회장은 체육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이지만, 문체부로부터 예산을 받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갈등은 2021년 이기흥 회장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더 커졌어요.

이 회장은 재선 성공 후 대한체육회 임원 연임제한 폐지를 결의했는데, 3선 도전을 위한 준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문체부와의 갈등이 표면화되기에 이르렀고, 이 회장의 가족 지인에 대한 채용 개입, 후원 물품 사적 유용 관련 의혹 등 사법 리스크가 다시 커지며 문체부와의 갈등도 더 커졌죠.

이에 문체부는 대립을 이어가는 대한체육회의 올해 예산을 지난해 대비 약 1370억 원 삭감하기로 결정했어요. 대한체육회가 시·도 체육회로 배정해주던 400억 원의 예산을 문체부가 직접 교부하기로 했고, 체육회에서 진행하던 일부 사업 역시 문체부로 이관됐죠.

다만 14일 선거에서 유승민 후보가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만큼 문체부와의 관계 회복의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유 신임 회장의 노력으로 문체부와의 갈등이 봉합 수순에 들어가면 축소됐던 일부 권한을 다시 돌려받을 수도 있겠죠.

이제 유 신임 회장은 22일 취임한 후 2029년까지 임기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유 신임 회장의 체제에서 대한체육회는 다시 문체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체육계 개혁을 이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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