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법 모두 무너져…유혈사태 막기 위해 공수처 출석”
48시간 내 구속영장 청구 결정…尹 진술거부권 행사중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43일 만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와 법원의 발부, 수사기관의 집행에 이르는 과정까지 모두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15일 오전 10시33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해 신병을 확보했다. 윤 대통령은 공조본이 영장을 집행한 지 6시간여 만에 피의자 조사를 위해 전용차를 타고 공수처로 향했다.
경호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공수처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포토라인이 설치된 앞문이 아닌 건물 뒤쪽 출입구를 통해 곧바로 조사실로 들어갔다. 이에 윤 대통령의 모습은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에게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대신 윤 대통령은 체포 직전 미리 녹화한 대국민 영상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저는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 앞으로 형사 사건을 겪게 될 때 이런 일이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대통령 관저 외곽 경비를 책임지는 55경비단의 출입 허가 공문이 위조되는 등 불법이 자행됐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줄곧 강조해온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측은 “소재지 관할 법원인 서부지법에서 적법하게 영장을 발부받았고, 출입 허가 공문 위조는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또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일단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며 “불법적이고 무효인 절차에 응하는 것은 공수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고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내란 혐의로 수사기관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발부한 전례도 없다. 추후 예정된 구속영장 역시 마찬가지다.
공수처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48시간 안에 체포된 피의자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윤 대통령 조사 기한은 17일 오전 10시 33분까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진행된 조사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공수처 관계자는 “(질문에) 말씀을 안 했고, 입장문 제출도 없었다”고 전했다.
공수처는 조사를 위해 약 20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조사를 마치는 즉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독방에 구금될 예정이다. 교정당국은 현직 대통령임을 고려해 경호·경비와 예우 수준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