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 한파, 이러다 나라가 망가질까 겁난다

입력 2025-01-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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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전 부처가 일자리 전담부처라는 각오로 취약부문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고용 한파’를 얘기한 것이다. 일자리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804만1000명이다. 전년 동월 대비 5만2000명 줄었다. 고용률도 61.4%로 전년 동월 대비 0.3%포인트(p) 감소했다. 지난 2021년 2월(-1.3%p) 이후 첫 감소세 전환이다. 내수 부진 여파로 건설업과 도매 및 소매업 취업자 감소세가 이어졌다. 자영업자 수도 11개월째 줄어들었다. 청년층(20대)과 경제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 취업자 수는 각각 19만4000명, 9만7000명 줄었다. 일하지도 않고, 구직활동도 안 하는 ‘그냥 쉰다’는 인구는 7.6% 늘어난 17만9000명이나 됐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약 16만 명에 그쳐 30만 명 넘게 늘었던 전년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고용 둔화는 기저효과, 저출산 영향이 없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내수 시장 부진과 기업 투자 감소다. 지난해 1~11월 소매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줄었다. ‘신용카드 대란’ 사태로 소비가 위축됐던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기업은 투자를 줄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 세계 10대 반도체 업체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액은 350억 달러였다. 전년 대비 1% 줄었다. 투자 계획보다 20억 달러 부족하다. 삼성전자 설비투자액이 직전 해보다 감소한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다. 다른 기업들은 오죽할까. 해외로 제조 기반을 옮긴 국내 대기업들도 치솟은 환율에 죽을 맛이다. 비용 부담 때문이다. 이러다 나라가 망가질까 겁난다.

상황 호전은 쉽지 않다. 글로벌 IB들이 예상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기준)은 평균 1.7%다. JP모건은 1.3%까지 낮춰잡았다. 기업들은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있다. 산업은행 조사를 보면 올해 대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 대비 0.9%였다. 작년 8.1%보다 대폭 줄어들었다. 전체 제조업 투자에서 대기업 비중은 약 83.8%를 차지한다.

꿈틀대는 물가도 악재다. 한국은행 발표를 보면 12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20년 수준 100)는 142.14로, 11월보다 2.4% 올랐다. 1~2개월 뒤 국내 물가를 밀어 올릴 가능성이 크다. 소비·투자침체와 고용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좋은 일자리는 국민 후생과 경제 성장의 둘도 없는 견인차다. 이것 없이는 저출산 문제도 풀 수 없다. 근본적으론 노동과 산업구조 개혁을 통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 사기를 높일 대증요법도 필요하다. 법인세를 세계 평균 수준(21%) 이하로 낮추고, 상속·증여 세제를 합리화해야 한다. ‘주 52시간’ 족쇄에 묶인 반도체 경쟁력을 되살리는 법제 보완도 서둘러야 한다. 기업이 의욕을 잃으면 백약이 무효다. 기업 또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관점으로 고용 문제를 다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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