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동훈의 사회읽기] ‘계속고용 로드맵’ 시급하다

입력 2025-01-1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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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세계적으로 65세가 노인연령 기준
정년·연금 나이 불일치로 소득공백
연금·노동 개혁 공론화해 대응해야

#1.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1952년 작품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산티아고는 노인의 상징적 이미지를 각인시킨 인물이다. 이 소설은 쿠바 어부 그레고리오 푸엔테스의 경험담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되었다. 출판 당시 푸엔테스의 나이는 55세였다.

#2. 20세기 중엽 이전 한국에서 노인의 나이 기준은 만 60세였다. 사람들은 60세 생일에 그가 태어난 연도와 같은 간지(干支)가 다시 돌아온 것을 기념하여, 환갑(還甲) 또는 회갑(回甲) 잔치를 했다. 평균 수명이 길지 않았던 시절 환갑은 장수(長壽)를 의미했고, 노인의 나이 기준으로 충분했다.

#3. 19세기 말 프로이센에서는 ‘폐질(total disability) 및 노령보험법’(1889)에 근거하여 세계 최초로 공적연금을 도입하였다. 공적연금은 국가가 개인의 노후를 준비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이 법은 공무원과 일부 직종의 도제를 제외한 연간소득 2000마르크 미만인 모든 저소득 근로자를 의무가입 대상으로 하였다. 독일 정부는 공적연금 도입 초기에는 연금 수급 개시 나이 기준을 70세로 정하였다가, 1916년에 65세로 낮추어 그 적용 범위를 확대하였다.

#4. 공적연금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서유럽과 미국에서 비로소 제도화되었다. 공적연금이 확립된 후 정년퇴직자 수가 크게 늘었고, 공적연금 수급 개시 나이인 65세가 노인 연령 기준으로 정해졌다. 개인의 생물학적 노화 수준과는 무관한 ‘사회적 기준’, 즉 정년퇴직 또는 공적연금 수급 개시 나이 기준이 표준으로 확립되었다. 노인 나이 기준을 중심으로 사회 성원의 생애주기가 제도화된 것이다. 유엔경제사회처는 유소년인구(0∼14세), 생산연령인구(15∼64세), 고령인구(65세 이상)로 구분하여 통계 지표를 만들었고, 그것은 세계 표준이 되었다.

이상의 네 사례에서 보듯이, 노인 나이 기준은 50대, 60세, 65세, 70세 등 다양하게 사용됐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65세 기준이 널리 통용된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의 ‘노인복지법’(1981년 6월 5일 제정)은 노인의 나이 기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으나, ‘65세 이상의 자’에 대하여 ‘상담·입소 등의 조치’, ‘건강진단과 보건교육’, ‘경로우대’ 등 ‘복지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였다. 이로써 사회보장제도에서 복지서비스 대상 노인은 65세 기준이 정립되었다.

한편,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년 5월 22일 개정)은 고령자를 55세 이상으로, 법적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수급 개시 나이와 법정 정년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다. 1998년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한 조처로 2013년부터 국민연금 수급 개시 나이를 5년마다 1세씩 연장해 2033년에는 65세로 정했다. 2016년부터 ‘공무원연금’은 1996년 1월 1일 이후 임용자부터 공무원연금 수급 개시 나이를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도록 했다. 이러한 상황은 법정 정년이 60세로 고정된 가운데, 공적연금 수급 개시 나이가 연장됨에 따라 소득 공백 기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수많은 ‘젊은 노인’은 자신은 물론 사회에서도 ‘뒷방 늙은이’로 여기지 않는다. 의술의 발달, 영양·위생의 개선 등으로 취업이 가능한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활기찬’ 노인이 매우 많다. 이제는 ‘노인 나이 기준’에 대한 본격적 토의를 시작하면서, 연금개혁·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계속 고용’, 즉 ‘법정 정년 연장’(노동계) 또는 ‘퇴직 후 재고용’(경영계) 형태로, 법정 정년을 넘긴 고령 근로자가 지속하여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고용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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