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특수관계인에 부당이익 귀속 의도 인정 어려워”
“계열사 통한 부당이익 평가 신중해야…증명 안 돼”
총수 일가가 운영하는 골프장에 240억 원대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는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에 대해 법원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검찰이 ‘공시대상 기업집단이 특수관계인이나 일정비율 이상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와 거래할 경우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조항을 단독으로 적용해 기소한 첫 사례로 관심을 모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현경훈 판사는 16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보험에 대한 1심 선고를 진행하고 이같이 판결했다.
1심 법원은 이날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보험은 2015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일가가 지분 91.86%를 보유한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골프장인 홍천 블루마운틴 CC에 가격이나 거래조건 등에 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거래를 몰아준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다른 미래에셋 계열사들과 함께 해당 골프장 이용을 원칙으로 삼고 2015년과 2016년 골프장 매출의 약 72%에 해당하는 240억 원 가량을 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보험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각각 벌금 3000만 원씩에 처해달라며 약식 기소했다. 하지만 미래에셋 계열사 측은 약식명령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현 판사는 “계열사와의 골프장 거래로 인해 미래에셋컨설팅에 매출액이 발생하는 등 결과적으로 이익이 귀속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미래에셋컨설팅이 골프장 운영을 맡게 된 경위, 수익 극대화 방식을 취하지 않고 거래를 통해 매출을 발생시켰다는 사실 등만 놓고 특수관계인에게 부당이익을 귀속하려 했다는 의도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영업이익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부당이익이 발생하는지, 계열사 거래 비중을 높여 손실을 입었음에도 계열사 거래를 통한 부당이익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는 규범적‧경제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고의를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골프장 거래를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이익을 귀속시켰다거나 그러한 가능성을 인식하고 용인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