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건선 치료에 대한 선택지가 다양해졌습니다. 신약들의 치료 효과가 뛰어난 만큼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하면 피부 상태 개선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김혜성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효과가 좋은 건선 치료제가 많이 개발된 만큼 과거와 비교해 적시에 치료하면 증상 조절이 훨씬 더 쉬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선은 하얀 각질이 덮은 붉은 색 발진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피부에 각질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 특징으로, 피부가 두꺼워지면서 허물이 벗겨지는 것과 같은 양상을 보인다. 건선의 피부 병변은 주로 무릎, 팔꿈치, 두피 같은 부위에서 시작되며 과도하게 각질이 비늘처럼 떨어져서 비듬처럼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피부가 두꺼워져 갑옷같은 판 모양 병변이 생기기도 한다.
김 교수는 “건선은 피부에만 국한된 질환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전신 염증성 질환”이라며 “건선 환자를 보고 전염성이 있다고 생각해 꺼리는 경우가 있어 건선 환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건선 질환 자체가 우울증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증상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환자분들이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건선의 대표적인 합병증은 ‘건선 관절염’이다. 김 교수는 “전체 건선 환자의 약 50%에서 발생할 수 있다. 건선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손가락, 손목, 척추 등 다양한 부위에서 관절염이 진행될 수 있다. 건선 환자는 관절 침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교수는 “건선은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위험도 높이고, 비만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피부 증상으로 인해 외출이나 활동량이 줄어드는 것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 만성적으로 염증이 있는 경우 체중 증가와 고지혈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성 염증은 뇌에도 영향을 미쳐 건선 환자에게 치매나 우울증의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건선의 중증도는 PASI(Psoriasis Area and Severity Index) 지표로 평가한다. 피부가 얼마나 붉은지, 각질이 얼마나 많은지, 각질이 얼마나 두꺼워졌는지를 0~4점까지 점수를 매기고 병변이 얼마나 침범했는지 면적을 감안해 점수를 산출한다. PASI 점수의 범위는 0점부터 72점까지며 일반적으로 10점 이상이면 중증으로 평가된다. BSA(Body Surface Area·체표면적)라는 평가지표를 사용하기도 한다. BSA는 신체 전체 면적 중 건선 병변이 차지하는 비율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손바닥 면적을 기준으로 침범 범위를 측정한다.
건선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치료제를 통해 건선 유전자가 없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 완치의 개념은 없다. 지속 관리가 필요한 이유”라며 “다만 최근 개발된 생물학적 제제와 신약의 경우 매우 효과가 좋다. 적절한 치료를 하면 병변이 하나도 없는 상태인 PASI 100도 가능하다. 실제 요즘에는 건선 병변이 거의 없는 정도로 상태가 많이 호전되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PASI 100은 PASI 점수가 100% 감소한 완전히 깨끗한 피부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PASI 75, PASI 90을 치료의 주요 목표로 설정했었다.
기존 건선 치료는 스테로이드 연고제, 경구용 면역억제제, 광선 치료 등을 활용했다. 하지만 모두 한계가 있어 신약개발이 절실했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 등 신약들이 개발되면서 건선의 주요 포인트를 타깃하며 치료 효과가 크게 개선됐다”며 “중증 건선의 경우 보험 급여나 산정 특례를 통해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물론 비용 부담이 있지만 치료에 투자할 수 있고 병변 부위가 작다면 충분히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기존에 사용되던 오래된 약제도 효과가 있지만, 새롭게 출시된 경구제 신약인 소틱투(성분명 듀크라바시티닙)는 생물학적 제제처럼 효과가 뛰어나다. 실제로 건선이 없는 상태로 살아간다고 느낄 만큼 효과가 좋다”면서 “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생물학적 제제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될 것이다. 소틱투는 음식물 섭취와 상관없이 1일 1회 먹으면 되며, 혈압이나 고지혈증 약과도 병행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김 교수는 10명 정도의 환자에게 소틱투를 처방하고 있다. 그는 “환자들의 증상 개선에 매우 효과적”이라며 “두피와 이마선 부위에 건선이 심했던 환자는 머리카락이 있는 부위에 연고를 바르는 것을 힘들어했는데 소틱투를 2주간 복용한 뒤 병변이 크게 완화돼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또 성기 부위에 국소적으로 건선이 발생해 심한 불편감을 호소했던 환자도 소틱투를 복용한 후 해당 부위의 병변이 많이 호전됐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건선은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는 질환이므로 합병증 예방 측면에서도 초기부터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초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라면 적절한 대처를 받는 게 좋다는 것이 김 교수의 판단이다.
신약 사용과 관련해 김 교수는 “기존 면역 조절제들은 신장이나 간에 독성이 있어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 개발된 약들은 안정성 면에서 기존 약제에 비해서 훨씬 안정적이며, 치료 효과도 기존 약제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들더라도 신약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일부 건선 환자는 SNS를 통해 부적절한 대처를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특히 김 교수는 “식초를 뿌리거나 쑥으로 뜸을 뜨는 등 보완의학을 시도하는 환자가 있다. 이런 방법이 효과적이었다면 이미 약으로 개발되었을 것”이라며 “한의원에서 침을 맞기도 하는데, 피부에 자극이나 상처가 생기면 새로 병변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치료는 가급적 시도하지 말아달라. 건선은 치료가 잘 되는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몸을 혹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