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와선 안돼, 원전 포함 투자해야…에너지 안보도 중요”
이재명 대표, 원전 당론 정리 기대 모았으나 불참석해
민주당 내 일각 신규 원전 2개 증설 정부안 찬성 기류
‘탈원전’을 유지해왔던 더불어민주당의 원전정책 기조에 일부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지난해 말 원전 관련 정부 예산안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에 동의한 데 이어 16일 열린 ‘에너지믹스 간담회’에서 “원전을 특별히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당내에서도 9년만에 신규 원전 2기를 짓는 정부안에 동의하는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당초 이재명 대표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정책에 대한 당론 ‘교통정리’가 주목받았던 이유다. 하지만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 이슈를 키우지 않으려는 듯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말 “영광 원전이 내년까지가 기한이더라도 안전하고, 주민들 동의가 있으면 가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탈원전과 다른 기조를 드러낸 바 있다.
민주당 경제상황점검 단장인 이언주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에너지믹스(원자력에너지와 재생에너지, 화석연료 등의 발전 비중 조정) 대책 간담회’에서 “안정적 에너지 수급을 위해서는 에너지 정책의 탈정치화와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발전원별 전력수급 상황과 발전원가 분석 등을 통해 실용적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에너지 정책이) 너무 이념적으로 흘러갈 때가 있었던 것 같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그 반대급부로 이념적으로 흘러갔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간담회 후 “문재인 정부 때와 상황이 다르다. 원전을 포함한 모든 에너지에 대해 다 투자해야 한다”며 “당시에는 후쿠시마 사고도 있었고 민감했었다. 원전을 특별히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고립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에너지 안보도 중요하다. 국민이 우려하는 정전이 와서도 안 되고,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에 문제가 있어도 안 된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원전의 안전성 규제는 확실히 하면서 산업경쟁력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선 신규 원전 2기 건설에 동의하는 의견이 나오는 등 탈원전 노선에 대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정부가 대형 원전 3기를 새로 짓는 초안에서 1기를 줄이고 2038년까지 태양광 2.4기가와트(GW)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조정안을 제시한 데 대해 민주당이 수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8기로, 2030년까지 운전 허가가 만료되는 원전은 10기다. 고리 2·3호기는 운전이 중단된 상태로 내년 말까지 5개 원전이 가동 중단된다.
이재명 대표도 최근 들어 ‘실용주의’를 강조해온 만큼 차기 대선 행보로 기존의 탈원전 노선을 수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말 영광군수 선거 유세 중 “정치는 원칙만 따져서는 안된다”며 영광 원전의 가동 연장에 긍정적인 입장을 낸 바 있다. 지난해 민주당은 원전 관련 정부안을 원안보다 1억 원 증액한 2138억 원 규모로 합의하기도 했다.
다만 탈원전 문제는 민주당 내에서 견해차가 있는 만큼 추가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김원이 의원은 이날 간담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아직은 당의 어떤 에너지 정책 특히 원전 관련한 정책이 방향이 당론이라고 할 만큼의 이런 게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신규 원전을) 3개에서 2개로 줄이고 그 하나 줄어든 만큼 태양광을 30년까지 1.9기 늘리는 계획에 대해 이정도면 됐다는 의원들도 있고 아니라는 강경한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 수명 연장을 안전성이나 주민 수용성을 전제로 수용 가능하지만 신규 원전은 안되는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며 “우리 산업 문제와 재생에너지 문제까지 같이 풀 수 있는 혜안은 없을까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