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자발적 상폐에…"소수주주 보호장치 필요" 목소리

입력 2025-01-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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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 주도 자진 상폐 증가…공시 부담 축소
이복현 "일반주주 보호에 미흡" 지적
"공시 강화·적정가격 산정 제도 마련해야"

▲서울 여의도 증권가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여의도 증권가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사모펀드(PEF) 주도의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투자자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공시 강화·적정 가격 산정 등 구체적인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공개매수를 통해 자발적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거나 마친 기업은 쌍용씨앤이·티엘아이·락앤락·커넥트웨이브·제이시스메디칼·신성통상·비즈니스온 등 7개사다. 이중 PEF에 의한 공개매수는 5건이다. 2023년 상장폐지 위한 공개매수가 2건임을 고려하면 급증했다.

공개매수는 기간과 가격, 수량 등 조건을 공시해 여러 주주로부터 주식을 장외 거래로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상장사의 경영권을 인수할 때 주로 활용된다.

최근 사모펀드가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인수한 후 바로 상장폐지를 하는 이유는 상장 유지를 위한 비용을 덜 수 있어서다. 공시 의무, 주주환원 등 상장 관련 규제를 준수하는 데 필요한 물적, 시간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자발적 상장폐지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문제가 있다. 상폐는 공개매수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을 통해 진행되는데 이들은 자발적 상장폐지를 전제로 만든 제도가 아니어서 투자자 보호에 공백이 있다는 지적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인수합병(M&A)을 활용한 자발적 상장폐지 시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과 과제' 보고서에서 "대개 자발적 상장폐지는 소수주주 입장에서는 자신의 주식을 원활하게 매각할 수 있는 수단을 상실하게 되고 주식가격의 하락으로 자산가치가 크게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며 "재무적으로 우량한 회사임에도 최대주주가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신청할 경우 소수주주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상장규정에는 최대주주에게 보유주식을 매각하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 외에 별도의 투자자 보호 조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자발적 상장폐지는 정보 비대칭 문제로 소수주주에게 더욱 불리한 측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지배주주가 회사의 경영정보를 잘 아는 만큼 이를 이용해 시장 가격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유리한 거래시점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소수주주는 상장폐지 후 주식가치 하락과 유동성 문제를 고려해 지배주주가 제시한 가격에 매도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14일 "최근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가 크게 증가하는 과정에서 일반주주 보호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소수주주 보호를 위해 여러 제도를 갖추고 있다. 우선 구체적인 공시제도다. 미국의 경우 공개매수 대상 회사에 공시의무를 부과하고 이에 대한 의견과 구체적 근거, 회사 정보를 밝혀야 한다. 영국도 상장폐지를 전제로 하는 공개매수 경우 주주에게 제공해야 할 적절한 공시에 대해 사전에 패널과 상의해서 지침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공개매수 시 독립적인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아야 하고, 그 자문의 내용을 주주들에게 알려야 한다.

적정한 공개매수 가격 산정을 위한 제도도 마련돼있다. 독일은 소수주주 보호를 위해 사후심사 절차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소수주주가 지배주주를 상대로 하여 법원에 사후심사를 신청할 수 있는데, 법원은 지배주주가 확정한 금전대가보다 적은 금액으로 결정할 수 없다. 법원에서 결정이 나면 이미 대가를 받은 소수주주도 지배주주에게 차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토대로 자발적 상장폐지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시 강화와 가격 적정성을 담보한 조건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연구원은 "공개매수의 대상회사 이사회가 공개매수에 대한 의견표명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 합병가액 산정을 자율화한 비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서는 외부평가기관의 선임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도를 상장폐지를 전제로 한 공개매수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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