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새해 들어 처음 내놓은 경기진단에서 "경제 심리 위축 등으로 고용이 둔화하고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기에 대한 정부 우려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에는 그동안 호조세로 평가해온 고용에도 부정적인 평가가 포함됐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표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등으로 고용이 둔화하고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심리는 물론 기업 투자심리까지 위축되면서 고용시장도 타격을 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 높은 고용률 등을 부각하며 긍정적 평가를 해온 점과 대비된다.
정부는 비상계엄 사태가 있었던 지난달까지만 해도 '하방 위험 증가 우려'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이번에는 '하방 압력 증가'라는 한층 더 부정적인 표현으로 대체했다. 지난달 14개월 만에 '경기 회복' 문구를 삭제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층 더 어두운 경기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가 12·3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탄핵정국에 따른 경제리스크에 경계심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이달 정부가 지난달과 비교해 한층 더 어두운 경기 진단을 내놓은 배경에는 최근 발표된 '2024년 12월 고용 동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04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만2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감소한 건 2021년 2월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고용시장이 질적으로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되는 제조업 취업자의 감소 폭(-9만7000명)이 커졌다. 건설업 취업자도 큰 폭의 감소세(-15만7000명)를 이어갔다.
지난달 실업자가 17만1000명으로 늘면서 실업률(3.8%)은 전년 동월 대비 0.5%포인트(p) 상승했다. '쉬었음' 등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고용률(61.4%)은 0.3%p 하락했다.
고환율 등 여파로 물가 상승 압력도 커졌다.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하면서 넉 달 연속 1%대로 정부 목표치인 2%대를 밑도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전달(1.5%)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고환율 등의 여파로 상승세로 전환한 석유류(1.0%)가 지난달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내수는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달(100.7)보다 큰 폭으로 내렸다. 할인점 매출액은 1년 전보다 3.0% 줄며 석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다만 카드 국내 승인액(5.4%), 승용차 내수 판매량(6.7%), 온라인 매출액(12.0%) 등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제와 관련해선 "전반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통상환경 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타워로 관계기관이 공조해 2025년 경제정책방향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