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보조 AI, 실제 진료환경서 효과 미비”

입력 2025-01-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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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대한영상의학회 포럼…박성호 이사 “근시안적 도입하면 부정적 영향”

▲대한영상의학회가 1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진단보조 인공지능의 적절한 적용’ 포럼을 개최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대한영상의학회가 1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진단보조 인공지능의 적절한 적용’ 포럼을 개최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진단보조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며 의료기술의 향상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 진료환경에서의 효과는 크지 않단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영상의학회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진단보조 인공지능의 적절한 적용’을 주제로 포럼을 열고 진단보조 AI 기술의 현재 상황과 당면한 문제점 등에 대해 논의했다.

박성호 대한영상의학회 편집이사(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진단보조 AI가 환자와 의료진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통제되거나 제한된 연구 환경에서는 AI가 환자와 의료 개선에 도움을 줄 잠재력이 확인됐지만, 널리 보급된 경우에는 개선 효과를 보여준 사례가 드물다”고 말했다.

의료 분야에서 AI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은 △진단능력을 높여 비전문가를 전문가 수준으로 만들거나 △의료인 업무부담 감소 △의료결과 향상 등을 위해서다. 박 이사는 “그간 수많은 연구와 사용경험을 토대로 볼 때 현재 진료에 단지 AI를 더하는 것만으로는 앞서 제기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진단보조 AI를 사용하기 위해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박 이사는 인허가 당시 성능이 실제 진료현장에서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의료데이터는 상당히 이질성이 높다. 한 병원 내에서도 의료진마다, 시기마다 달라질 수 있다. 의료 AI 성능 일반화에 근본적인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면서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고 현지에서 쓰이는 진료보조 AI들의 민감도가 크게 떨어진 사례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전문가의 진단보조 AI 활용에도 우려를 표시했다. 박 이사는 “사람은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실수할 수 있다. AI는 사람이라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기도 한다”라며 “사람과 AI의 강점과 약점이 다른데 상호 보완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진료보조 AI 활용을 위해선 전문가가 사용해야 한다. 또 AI를 활용하는 의료인들은 의료와 AI 모두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의료인의 업무부담을 줄이는 것도 아닐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박 이사는 2023년 중국에서 발표된 자료를 인용해 AI 사용이 오히려 의료인의 업무부담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1143개 병원에서 6726명의 영상의학과 교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AI를 사용한 경우 AI를 사용하지 않을 때보다 번아웃의 빈도가 유의하게 높았다. AI 결과확인으로 인한 디지털 피로 증가 등이 새로운 부담 요인이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AI를 무작정 도입하는 게 아니라 인간과 AI 상호작용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세밀하고 과학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적절한 전문가를 통한 AI 활용, 전문가에 의한 지속적인 AI 성능 모니터링이 전제돼야 의료진과 환자에게 모두 도움이 된다. 금전적 이익 등을 강조한 근시안적 도입은 AI 보급에 궁극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진단보조 AI 기술의 평가와 보상에 어려움이 있고 절차적 부담, 비용 문제 등도 아직 남아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승은 대한영상의학회 회장(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은 “진단보조 AI는 의료 분야의 혁신적 기술로 주목받으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의 도입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장애물과 고려사항들이 있다”며 “앞으로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진단보조 AI의 적절한 적용과 관련해 방향성을 잘 정립해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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