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국내 블록체인 산업 구조 재편해야…핀테크·STO 기회 될 수 있어”

입력 2025-01-1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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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ESG사회혁신센터 ‘블록체인: 미래를 열다’ 콘퍼런스
전문가들, 국내 블록체인 산업 돌아보고 향후 방향성 제시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블록체인: 미래를 열다' 콘퍼런스에 (왼쪽부터)조재우 한성대 교수, 백훈종 스매시파이 대표,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이 국내 블록체인 산업 현황과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성을 공유했다. (이시온 기자 zion0304@)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블록체인: 미래를 열다' 콘퍼런스에 (왼쪽부터)조재우 한성대 교수, 백훈종 스매시파이 대표,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이 국내 블록체인 산업 현황과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성을 공유했다. (이시온 기자 zion0304@)

국내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규제 일변도인 국내 블록체인 상황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산업 구조 재편 등을 통해 산업의 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서울대학교 ESG사회혁신센터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블록체인: 미래를 열다’라는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글로벌 1위 거래소 바이낸스가 후원한 이날 콘퍼런스에는 조재우 한성대 교수, 백훈종 스매시파이 대표,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 등 국내 전문가들이 참석해 각자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실태와 방향성을 공유했다.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국내 블록체인 산업 구조가 다소 기형적이라고 지적하며, 기반을 다지는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시온 기자 zion0304@)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국내 블록체인 산업 구조가 다소 기형적이라고 지적하며, 기반을 다지는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시온 기자 zion0304@)

첫 연사로 나선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우리나라 블록체인 정책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논의를 진행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블록체인 산업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거래소 위주의 산업이라는 것”이라면서 “블록체인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업자 수와 종사자 수는 블록체인 개발이나 서비스 등이 많은데, 돈은 다 거래소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산업의 이상적인 구조는 기반이 튼튼하고 그 위에 서비스, 맨 위에 고차 산업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현실은 거래부분이 제일 거대하고 디앱(탈중앙화앱·Dapp) 개발이 그다음, 인프라는 거의 없다”고 말해 기형적인 국내 블록체인 산업 구조에 대해 지적했다.

조 교수는 “생각해보면 국내 채굴업체는 거의 없고, 블록체인 관련 에너지 개발을 한다던가 데이터 센터를 지었다는 얘긴 없다”면서 “벨리데이터(검증인) 사업은 그나마 강점이 있지만, 서버 운영의 90%는 아마존 클라우드에서, 일부가 구글 클라우드나 마이크로소프트 에저를 사용하지, 네이버 클라우드를 사용한다는 업체는 못봤다”고 했다.

그는 특히 블록체인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에너지 개발에 주목했다. 그는 “산업 초기에는 채굴이 환경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학계 등에서도 그 기류가 바뀌고 있다”면서 “우리도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하고 있는데, 제주도 같은 지역에서는 에너지를 쓸데가 없어서 출력제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초기 현금흐름이 안 좋은데, 채굴이 이런 현금 흐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렇게 남는 에너지를 비트코인 채굴 등으로 현금화하고, 이걸 지역소비 진작에 활용하거나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고, 이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개발에도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부탄 등 국가에서는 수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국가적으로 비트코인 채굴에 활용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1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이렇게 확산한 에너지가 AI나 데이터센터 같은 다른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블록체인 산업의 주요 인프라 중 하나인 채굴 산업이 국내 에너지 산업 전반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조 교수는 국내 정책이 부재하거나 규제적 측면이 강한 것은 정부 당국이 비트코인의 전략적 잠재력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이미 해외에서는 트럼프의 비트코인 전략 비축 등을 얘기하고 있고,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의 법안을 보면 그 수준이 매우 높다”면서 “국내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정책 입안자나 당국자는 현재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중이 큰 만큼, 비트코인의 전략적 잠재력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면서 “특히 지금처럼 지정학적 문제가 불거지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올해 하반기에 가상자산 법인계좌를 허용하겠다거나, 가상자산 현물 ETF를 국내에 도입하니 마니하는 논의하는 자체가 이미 늦은 것”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백훈종 스매시파이 대표는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의 도입이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시온 기자 zion0304@)
▲백훈종 스매시파이 대표는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의 도입이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시온 기자 zion0304@)

백훈종 스매시파이 대표는 비트코인 수용을 통해 국민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 대표는 “국민은 이미 대체투자 자산을 찾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자 수가 약 800만이고, 주식투자자는 1500만”이라며 “대부분 투자자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데, 지금은 2000년 닷컴버블 수준까지 가격이 올라가며 가격이 싸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왜 오르냐고 묻는다면 가장 간단하게 말해 비트코인은 가만히 있는데, 전세계 법정화폐 양이 무한대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라면서 “비트코인을 로그함수로 표현해 추세선을 보면, 평균선과 저항선, 지지선 범위 안에서 견조하게 우상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가상자산을 허용한다면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최상위권일 정도로 관심이 높지만, 산업 생태계는 아예 죽어있는 상황”이라면서 “모든 게 그림자 규제로 막혀있다 보니 사업가들이 모두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산업을 복구하려면 규제가 친기업적으로 나가야한다”고 덧붙였다.

백 대표는 “산업적 부분에서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고 K-팝이 흥행하고 있는데, 스테이블코인이든 비트코인이든 가상자산으로 국내에서 결제할 수 있는 핀테크 서비스가 나와서 관광객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전세계 어느 화폐를 가지고 오더라도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이것 때문에라도 관광객이 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은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도 블록체인 산업의 자유와 창의성을 보장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시온 기자 zion0304@)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은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도 블록체인 산업의 자유와 창의성을 보장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시온 기자 zion0304@)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 역시 향후 우리나라의 경제적 성장을 위해서 정부가 가상자산을 받아들이고 제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니얼 퍼거슨이 집필한 ‘금융의 지배’라는 책에서 한 사회의 경제는 그 사회가 어떤 체제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면서 “책에는 남북한 예시도 나오는데, 더 좋은 인프라를 가지고 있던 북한을 한국이 역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국민의 자유와 창의, 욕망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I와 블록체인으로 대변되는 정보사회에서 현재 우리 시스템이 과연 창의와 자유를 보장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제일 빠르게 가상자산을 제도화하고 있는 곳은 영광을 되찾으려는 유럽연합(미카법·Mica)과 미국이고, 우리 정부도 이 둘을 참고해서 2단계법안을 준비한다는 계획인 것 같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고민할 것 없이 미국을 빠르게 따라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활발히 논의됐던 토큰증권(STO)의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STO를 빠르게 추진하면 좋겠다”면서 “도입되면 이론적으로 모든 자산의 토큰화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콘텐츠 제작을 예로 들어 토큰화의 가능성을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더글로리2’가 제작된다고 한다면 주연 배우인 송혜교의 계약서를 가지고 바로 토큰화를 시작해, 여기서 확보한 자본을 통해 감독도 구하고, 추가 캐스팅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는 콘텐츠가 공개되고, 2차 판매, 정산 등 과정이 모두 끝나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면서 “토큰화가 가능하면 초기나 중간 단계에서도 자본을 회수할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 글로벌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말을 인용해 “당연히 사기도 있겠지만, 위험이 없으면 큰 부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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