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일대 재건축 단지 몸값이 신축(준공 5년 이하) 못지않게 치솟았다. 재건축을 앞둔 준공 20년 초과 단지 강세는 서울 강남 3구를 포함한 동남권에서만 예외적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강남지역 재건축 기대감이 낳은 지역적 특수성으로 해석이라고 해석한다.
19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연령별 매매가격지수’ 통계 분석 결과 지난해(1~12월) 기준 서울 동남권 아파트 가운데 ‘준공 20년 초과’ 단지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8.12%로 집계됐다. 이는 ‘준공 5년 이하’ 단지 변동률 10.63%와 ‘10년 초과~15년 이하’ 10.88%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서울 동남권에선 ‘5년 초과~10년 이하’는 6.45% 올랐고, ‘15년 초과~20년 이하’는 5.12% 상승에 그쳤다.
반면 전국 기준은 물론 서울 전체 통계를 보면 ‘준공 20년 초과’ 단지의 몸값 상승률은 모든 연령대 단지 중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전국 기준으로 지난해 준공 5년 이하 아파트는 1.6% 올라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준공 20년 초과 단지는 가장 낮은 수준인 –0.18%로 유일하게 하락을 기록했다. 서울 전체 기준으로도 준공 20년 초과 단지는 지난해 4.31% 상승해 15년 초과~20년 이하( 4.11%) 단지 다음으로 낮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동남권은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등 강남 3구를 포함한 지역을 뜻한다. 준공 20년 초과 단지는 재건축 가능 연한(준공 30년 이후)을 채웠거나 곧 충족할 수 있어 재건축 단지로 분류된다. 서울 동남권 내 20년 이상 구축 단지의 강세는 재건축 기대감을 품은 수요가 쏠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 강남지역 주요 재건축 단지는 지난해 연말 이후 서울 아파트값 약세 속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형은 지난 7일 직전 신고가보다 2900만 원 오른 31억700만 원에 팔렸다.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2차’ 전용 140㎡형은 지난해 12월 16일 직전 신고가보다 5억5000만 원 오른 52억5000만 원에 팔렸다.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규제 지역 내 아파트 매매가 불가능하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약세에 거래 절벽 상황까지 고려하면 재건축 단지 상승세는 더욱 도드라지는 셈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넷째 주 이후 41주 연속 상승하던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최근 3주 연속 보합(0.0%)을 유지했다. 특히 서초구는 0.02%, 강남구는 보합을 기록해 상승세가 사실상 꺾였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에서 강남지역 재건축 단지만 오른 것은 강남 일대 재건축 기대감이 다른 지역보다 더 큰 것이 반영된 상황”이라며 “전국 기준은 물론 서울 안에서도 다른 지역과는 다른 강남만의 특수성이 반영된 상황으로 봐야 한다. 다른 지역에선 구축보다는 신축의 몸값이 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