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최초’ 타이틀 매몰돼 설 곳 잃은 AIDT·교육업계

입력 2025-01-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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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공교육 혁신의 기치를 내걸고 출발한 AI 디지털교과서(AIDT)가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과 혼란으로 교육·교과서 업계에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정부의 성급한 도입 결정과 정책의 방향성 결여는 교육 콘텐츠 개발 업체와 에듀테크 기업들에 심각한 재정적, 구조적 피해를 강요하고 있다.

AIDT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공교육에 AI를 도입한다는 상징적 타이틀을 앞세워 추진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현장 검증과 실효성 확보는 뒷전으로 밀렸다. 교육부 계획 등에 따르면 AIDT 개발 기간은 1년이 채 되지 못했고 현장적합성 검토 기간도 6개월에 불과했다. 해외의 경우 스웨덴과 핀란드 같은 국가들은 AIDT 도입 이후 학업 성취도가 저하되는 문제를 경험하며 종이 교과서로 회귀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급하게 정책을 추진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관련 업체들에 전가되고 있다.

이는 5G 상용화 사례와 닮아 있다. 우리나라는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지만, 실제 품질과 서비스는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고 소비자들의 불만을 일으킨 바 있다. AIDT 역시 충분한 연구와 준비 없이 도입을 서둘렀다는 점에서 유사한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AIDT를 개발한 교육·교과서 업체들은 이번 정책 혼란 속에서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콘텐츠와 교육 시스템이 정책의 변경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도입을 강행하던 시점에 관련 업체들은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신기술과 콘텐츠 개발에 앞다퉈 투자했다. 하지만 작년 말 야당을 중심으로 AIDT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상황은 급변했다.

정부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한편 도입 계획을 1년 유예하며 강제사용이 아닌 희망하는 학교에서만 선택적으로 사용하도록 했으나, 이러한 결정은 이미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업체들에는 사실상 후퇴를 의미한다. 대형 프로젝트를 예상하고 투자를 감행했던 기업들은 시장이 형성되기도 전에 발을 빼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민사소송 등 법적 조치 검토를 예고해 업계 혼란은 더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AIDT가 교육자료로 격하돼 활용될 경우 개발비 회수 문제 외에 저작권료 등 부수적인 비용 문제도 불거질 수 있음을 우려한다. 교과서 대비 참고서의 경우 저작권료가 많게는 20~30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성 부재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에듀테크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를 저하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AIDT는 단순한 교육 자료가 아니라 미래 교육 환경을 혁신할 중요한 기술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번 혼란은 정부와 기업 간의 협업 구조가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앞으로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와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교육 콘텐츠 개발 업체들이 입을 피해와 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정책 혼란으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업체들에는 공정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하고 AIDT 도입과 활용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업체 간 협력을 강화하고 명확한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에듀테크 산업은 미래 교육의 중심이 될 잠재력이 있지만, 이번 사례는 정부가 이를 뒷받침할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AIDT를 단순히 최초 도입이라는 상징성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 정책 혼란으로 인해 피해를 본 기업들과 학생들, 교육 현장을 위해 더욱 신중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산업과 교육이 상생하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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