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3일부터 16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행사 ’제43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막을 내렸다. 국내 기업들도 대거 참여하며 기술이전과 파트너링 등에서 많은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행사는 첫날부터 21조 원 규모의 빅딜이 터지며 개막을 알렸고, 이후에도 줄줄이 기술이전과 인수합병(M&A)이 성사됐다. 비만치료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열풍은 지속됐으며, 인공지능(AI)과 의료의 만남도 관심을 받았다.
국내 기업들도 사업 비전과 주요 성과를 소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메인 트랙 발표에 나서 중장기 비전을 소개했고,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처음 메인 발표에 나섰다. 롯데바이오로직스, 휴젤, 클래시스는 아시아태평양(APAC) 트랙에서 투자자들을 만났다.
존슨앤드존슨은 행사 첫날 뇌질환 바이오기업 인트라셀룰라테라피스를 총 146억 달러(약 21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3년 화이자가 미국 항암제 개발사 씨젠을 430억 달러(약 60조 원)에 인수한 후 제약‧바이오 기업 간 M&A 중 가장 큰 규모다.
일라이 릴리는 유방암 치료제 개발을 위해 스콜피온 테라퓨틱스를 25억 달러(약 3조4000억 원)에 인수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미국 바이오기업 IDRx를 총 11억5000만 달러(약 1조6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빅파마가 M&A에 적극적인 이유는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서다. 미국 헬스케어 전문 투자사 리링크파트너스에 따르면 2030년까지 머크, 암젠, BMS 등 주요 빅파마들의 매출 30~60%를 차지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가 만료된다. 이에 따른 특허 만료로 인한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해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도 발표를 통해 주요 사업과 중장기 비전을 소개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선 항체약물접합체(ADC)를 미래 먹거리로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ADC 생산공장을 완공해 올해 1분기부터 생산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사가 요구하는 고품질의 ADC 의약품 제공이 가능토록 개발 분석법을 내재화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강화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에 맞는 의약품 생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2027년 1분기까지는 ADC 완제의약품 전용 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구체적인 ADC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공개했다. 2028년까지 ADC 분야에서 9개, 다중항체 분야에서 4개 등 총 13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승인계획(IND)을 제출할 계획이다. ADC 후보물질 중에서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CT-P70’, 방광암 치료제 ‘CT-P71’를 신약으로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이중 표적을 타깃 할 수 있는 ADC 개발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첫 공식 석상에 나선 제임스 박 롯데바이오로직스 신임 대표는 ADC 플랫폼 솔루플렉스 링크를 공개하고, 북미 내 DP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ADC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밝혔다.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 ADC 플랫폼을 적용해 수주 기회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비만약에 대한 관심은 올해도 이어졌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는 비만약 개발 현황을 발표하며 “일라이 릴리에 이어 화이자가 두 번째로 먹는 비만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일라이 릴리는 경구용 비만약 젭바운드의 임상 3상 결과를 올해 2분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도 도전장을 던졌다. 한미약품은 기존 비만약의 한계를 극복한 비만약으로 투자자들을 만났다. 최인영 R&D 센터장은 “근육은 늘리되 지방만 선택적으로 줄이는 비만약을 개발 중”이라며 “JP모건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외 일동제약, 디엑스앤브이엑스, 디앤디파마텍은 주요 파이프라인을 소개하고 다수의 기업과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다.
인공지능(AI) 신약 개발과 관련된 발표도 이어졌다. 엔비디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발표에 나섰다. 작년엔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가 등장해 신약 개발 비전 및 생성형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 ‘바이오네모’를 선보였다. 올해는 미국 의료기관 메이요 클리닉, 유전체 분석 기업 일루미나, 임상 시험 기관 아이큐비아 등과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 신테카바이오와 파로스아이바이오는 AI 개발 플랫폼이나 AI로 발굴한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투자자들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