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최후진술선 “군·경 잘못 없다”
20일 오전 10시 재통보…강제연행 검토
설 연휴 이전 검찰 이첩…내달 초 기소
서부지법 사태에 영장판사‧수사팀 보호
尹 “끝까지 싸우겠다” 옥중 입장 전해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9일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에게 당일 조사를 위해 오후 2시 출석하라고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윤 대통령은 변호인단 접견 후 이같이 결정했다.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 50분께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직으로는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구속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현직으로서 헌정사상 최초이자, 역대 대통령 가운데 5번째 불명예를 기록했다.
공수처는 구속영장 발부 11시간여 만에 바로 당일 조사에 나섰다. 앞서 공수처는 체포 당시 200여 페이지 질문지를 준비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안 나온 상태이므로 그 부분 조사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된 이후 단 한 차례만 조사받은 데다 최장 20일 구속 기간을 검찰과 열흘씩 나눠 사용해야 하는 만큼 수사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설 연휴 이전에 윤 대통령을 검찰로 이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도 열흘간 윤 대통령을 조사한 뒤 다음 달 초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할 전망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법원의 영장발부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구속적부심사나 보석 청구 등을 포함한 법적 대응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와 후속 조치를 두고 공수처가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이라며 형법상 내란죄를 적용하자, 법률가로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최후 진술에서 “군인들과 경찰들은 단순히 계엄 업무와 질서 유지를 수행한 것뿐인데 공모했다며 구속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그 분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5분간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계속해서 조사에 불응한다면 강제인치(강제연행) 또는 구치소 방문 조사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공수처는 구속된 이래 첫 조사를 위한 출석 요구에 불응한 윤 대통령에게 20일 오전 10시로 조사 일정을 재통보하기로 했다.
본지가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95쪽 분량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육군 소장) 공소장을 보면,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구체적으로 지시했으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비상계엄을 사전 준비하고 이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은정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노 전 정보사령관’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일 오전 11시께 김 전 국방장관을 불러 “국가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지금 만약 비상계엄을 하게 되면 병력 동원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 계엄을 하게 되면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 등을 물었고, 김 전 장관은 병력 동원과 관련 “수도권에 있는 부대들에서 약 2만~3만 명 정도 동원이 돼야 할 것인데 소수만 출동한다면 특전사와 수방사 3000~5000명 정도가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하루 전날인 작년 12월 2일 저녁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보완 지시를 받아 계엄 선포문‧대국민 담화‧포고령을 수정해 대통령에 보고했고, 윤 대통령은 수정된 문건들을 검토하고는 별다른 수정 없이 “됐다”고 말하며 이를 승인했다는 게 비상계엄 특수본 조사 결과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대통령이 헌법에서 부여한 긴급권 행사 일환으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는) 납득하기 힘든 반헌법‧반법치주의의 극치”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에 대해 “유감”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특히 서울서부지법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공수처 검사‧수사관들이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위협당한 일을 두고 “경찰이 입건해서 수사 중인 걸로 안다”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공수처는 수사팀 신변 보호를 검토하고 있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 부장판사는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해 보호받는 중이다.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들의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이해하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달라”며 “무너진 법치를 바로 세우고 끝까지 국민과 함께 하겠다”고 옥중 입장문을 냈다.
박일경 기자 ekpark@·김이현 기자 sp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