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대통령 구속, 이제 ‘경제의 시간’이다

입력 2025-01-1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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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구속됐다. 12·3 비상계엄 47일 만이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지 나흘 만이다. 현직 대통령 구속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이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다. 비상계엄과 탄핵, 그 이후 일련의 사태는 파란 많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도 보기 드물다. 국가와 국민이 입은 상처가 깊다. 국격과 국운에 가해진 직간접적 충격 또한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경제와 민생이다. 19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설 연휴를 앞두고 전국 602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설 휴무 실태 조사’ 결과 기업 10곳 중 6곳(60.5%)은 설 경기가 지난해보다 악화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5년래 최악이다. 설 절기에마저 웃음꽃 피울 일이 없는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해외 변수가 크게 불거진 점도 우려를 더한다. ‘트럼피즘’이 대표적이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임기는 20일 낮 12시부터 개시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첫날 100개 이상의 행정명령을 쏟아낼 것이라고 했다. 세상을 확 바꾸겠다는 도발적 선언이다. 앞서 트럼프는 SNS에 “외국의 원천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을 징수할 대외수입청을 만들겠다”는 글을 올렸다.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 다른 나라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대선 공약이 엄포에 그칠 수 있다는 일각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 2기의 무역 정책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 말 기준 총 수출액의 18% 규모다. 보편관세 폭탄이 터지면 큰 상처가 나게 마련이다. 우리 민관이 전방위 대응에 나서도 대처가 가능할지 의문인데 차기 대선 일정에만 눈독을 들이는 정치권은 오불관언이다. 실로 개탄스럽다.

트럼프 2기의 표적은 물론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문제는 미중 갈등과 마찰이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우리 대미 수출도 9.3~13.1%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걱정거리는 관세만인 것도 아니다. 20일 이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등이 폭포수처럼 쏟아질 수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 결국 “어느 편에 설 것이냐”는 질문에 직면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대내외 숙제가 널려 있는 2025년 초입은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전환기라고 할 수 있다. 이 비상한 국면에 5000만 국민은 헌정사에 없던 초유의 사건들을 매일 마주하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에 바쁘다. 여야는 국민과 기업을 달래고 대외 대응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보태기는커녕 정파적 이해타산을 앞세우는 정상배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적 혼란과 불안을 더하는 행태다. 계속 이렇게 시간을 낭비해도 되는 것인가. 이제 ‘경제의 시간’이란 점만이라도 다들 명심하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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