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불법을 법적 단죄하는 민주주의

입력 2025-01-19 18:45 수정 2025-01-1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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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사회경제부장

계엄사태 초래 군경수뇌부 재판에
대통령 구속으로 마지막 퍼즐남겨
민주주의 다져 법치확립 계기삼길

▲김동선 사회경제부장
▲김동선 사회경제부장

지난주 대한민국은 격동의 현대사로 기록될 것이다.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구속됐다. 수차례 소환에 불응하다 수사주체와 관할법원 등 부당성을 주장하던 윤 대통령은 체포된 이후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조사에서 대부분 진술을 거부했다. 수사 지연 의도로 해석되는 체포적부심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마저도 기각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도 지난주부터 본격 심리에 들어갔지만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신변 안전을 이유로 첫 변론기일부터 출석하지 않았다. 나아가 윤 대통령 측은 재판속도를 문제삼으며 변론기일 일괄지정 등에 이의신청을 하고 정계선 재판관을 기피 신청했지만 헌재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 지연 의도를 차단한 것이다.

그 사이 검찰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핵심 인물들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비상계엄을 모의·실행한 군경 수뇌부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것이다. 이제 내란 수괴로 지목된 윤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퍼즐만 남겨놓은 셈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핵심 공범들의 공소장은 사실상 윤 대통령 공소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헤아릴 수 없는 주연·조연급 인사가 등장한다. 실패한 계엄의 정점인 윤 대통령을 지칭하는 ‘가OO’부터 중요임무에 종사하며 불법적 계엄을 주도한 주연급 인사를 포함해 갸·거·겨·고·교·구·규·그·기OO에서흐OO까지 조연급으로 이름이 언급된 인물만 120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 무명의 엑스트라로 등장한 약 4750명의 군경까지 ‘출연진’만 놓고 보면 블록버스터급이다.

검찰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내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이라고 규정했다. 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이 모두 위헌·위법하고 무장한 군과 경찰을 동원한 국회 봉쇄,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와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에 대한 영장 없는 체포·구금 시도, 선관위 전산자료 압수 시도 등 일체의 행위가 국헌문란의 목적이 인정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포고령에 근거해 무장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여의도(국회, 민주당사), 과천·수원·관악구(선관위), 서대문구(여론조사 꽃) 일대의 평온을 해친 것은 물론 국회와 선관위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해 형법상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이라고 봤다.

비상계엄 자체가 느닷없는 것이어서 왜 이런 사달을 낸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노상원이라는 인물의 활약이다.

김용현 등의 공소장에 ‘아OO’으로 등장하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비상계엄 국면에서 주연급 인물 중 유일한 민간인이다. 불명예스러운 일로 이미 2019년 퇴역한 그는 비상계엄을 앞두고 햄버거 가게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소장) 등과 만나 계엄을 사전 모의한 혐의를 받는다. 공소장에 따르면 노 씨는 비상계엄 당일에만 문 사령관에게 두 차례 전화해 선관위 점거와 서버 확보, 직원 신병 확보 등을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의 명령에 따른 것이겠지만 육사를 나와 별까지 단 장군들이 지휘체계에도 없는 일개 민간인의 지시를 그렇게 받들면서 군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오점을 남겼다. 추후 수사가 최종 마무리되고 혐의가 확정되는 대로 이들은 실추된 군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강등과 불명예 퇴역이 불가피하다.

우리는 지금 법을 지키지 않은 이들을 법을 지켜가며 다스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목도하고 있다. 불법에 불법에 불법을 저지르고도 부인에 부인에 부인하고 있어서다. 만약 그들의 계획이 성공했더라면 비상입법기구를 만들어 법을 입맛에 맞게 조리했을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법적으로 단죄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민주주의를 더욱 단단하게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믿는다.

김동선 사회경제부장 matth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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