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덮친 고환율…“수출 효과보다 원자잿값·해외투자 부담 ↑”

입력 2025-01-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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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주요 협회와 고환율 영향 조사
조선·자동차·기계 제외 대다수 업종 ‘흐림’
“원가부담 더해 해외공장 투자 많아 어려움”

▲고환율 기조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표현한 기상도.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고환율 기조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표현한 기상도.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국내 산업계가 계속되는 고환율 기조에 신음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에게는 수출 효과에 대한 기대감보다 원자재 수입비용 및 해외투자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이 더 크게 체감되는 모습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맞아 고환율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율리스크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일 주요 업종별 협회 12곳과 함께 ‘고환율 기조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기상도로 표현한 결과를 발표했다. 업종별로 고환율 영향을 기상도로 표현한 결과, 바이오·반도체·배터리·철강·석유화학·정유·디스플레이·섬유패션·식품산업은 ‘흐림’, 조선·자동차·기계 산업은 ‘대체로 맑음’으로 나타났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원료의약품 수입의존도가 높고 해외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국내 기업들 대부분은 원료의약품 및 소재부품장비 수입 의존도가 높아 수입 원가가 상승하고, 해외 임상 비용 상승 등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철강업은 수요산업 부진에 따른 수출단가 인하, 높은 원자재 수입 비중으로 인한 어려움이 컸다. 한국철강협회는 “철강 수요산업 부진 및 중국 과잉생산에 따른 수출단가 인하로 환율상승의 혜택도 제한받는 상황에서 철광석, 연료탄 등 거의 전량 수입하는 원자재 부담마저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석유화학산업은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 상승과 업황 악화를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기초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정유 산업도 주요국 경기 부진과 수출 경쟁 심화로 인한 업황 악화에다 고환율 기조가 더해지며 채산성 및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하고 있었다.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해외공장 투자 많아 어려움 가중”

▲반도체 칩이 인쇄회로기판 위에 보인다.  (연합뉴스)
▲반도체 칩이 인쇄회로기판 위에 보인다. (연합뉴스)

반도체산업은 고환율에 따른 제조원가 및 해외투자비 상승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수출품목이고 달러결제 비중도 높아 환율상승에 따른 단기적 매출 증대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반도체 분야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율이 30% 수준으로 생산원가가 증가하고, 국내 주요기업이 미국 등 해외 반도체 제조공장 설립에 투자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상쇄된다”고 했다.

배터리산업 역시 대규모 해외투자에 따른 외화부채와 리튬, 흑연 등 핵심 원자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로 인해 우려를 표했다. 김승태 한국배터리협회 정책지원실장은 “고환율에 따라 시설 투자비용과 수입 원자재 비용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디스플레이산업도 ‘흐림’으로 봤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현재 추진 중인 베트남 등 해외 제조공장의 건설비와 장비 구매액이 늘면서 업계부담이 커지고, 국내에선 노광장비 등 수입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의 구매비용이 증가한다”고 판단했다.

조선·자동차·기계 “고환율 장기화 시 원가상승·수요위축”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조선, 자동차, 기계 산업은 수출 비중이 높아 보통 고환율 기조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들 산업도 고환율 장기화 시 원가상승에 따른 판매가 상향, 수요시장 위축, 물류비 상승 등의 역풍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조선업은 지난해 1~3분기 전체 수주량 중 96.3%가 수출 물량일 만큼 수출 비중이 크다. 계약 후 대금의 상당량이 선박 인도 시점에 결제돼 환율상승으로 인한 차익도 기대된다. 다만 조선사별 환헤지 비중이 상이해 최근 고환율 기조로 인해 해외기자재 사용률과 라이선스 비용 상승으로 환율상승 효과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생산의 67%를 수출하는 자동차산업도 환율 상승 시 일부 완성차는 단기적으로 영업이익이 개선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주요 완성차업체의 경우 글로벌 생산의 50% 이상을 현지 생산하는 체계를 갖춰 환율변동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라면서도 “고환율 장기화시 오히려 부품수입가·에너지 비용·해상운임비 상승 등 원가상승 압박으로 부품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력 약화로 인한 자동차 내수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기계 산업은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 수입 원자재에 대한 영향을 적게 받는 특성에 따라 환율상승에 따른 이익을 기대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계장비의 수입의존도는 0.134로 타 산업 대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는 “다만 고환율이 지속되면 원자재 조달비용 증가, 투자 감소 등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크게 주는 불황형 흑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관세인상, 금리인하 속도 조절 등이 시행되면 당분간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며 “국내 경제가 고환율 파고에 휩쓸리지 않게끔 환헤지 등을 위한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미국 등 주요국과 통화 스와프라인 확대 추진, 환율 피해 산업에 긴급 운영 자금 및 금융지원 제공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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