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점유율 10%…세탁기로 영역 확대
소비성향 변화에 프리미엄 시장 겨냥
일본 아닌 중국 기업이 현지 라이벌
자동차에 이어 한국 가전기업도 일본 시장 외연 확대에 나섰다. 2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국 LG전자가 12년 만에 일본에서 세탁기 판매를 재개하며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대형 냉장고 시장 진출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제껏 LG전자는 일본 TV 시장에 주력해왔다. 점유율은 10% 수준이다. 세탁기 판매는 2013년이 마지막이었다.
세탁기 시장에 다시 도전한 배경에는 ‘소비 성향 변화’가 존재한다. 먼저 일본 백색가전 평균가격이 꾸준히 올랐다. 일본전기공업협회(JEMA)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 내수 냉장고 가격은 2011년, 세탁기의 경우 2010년 이후 지속해서 상승 중이다.
먼저 2010년 냉장고 가격은 10만 엔 수준이었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9만 엔 초반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이를 저점으로 가격이 꾸준히 상승, 2023년에는 12만 엔(약 111만 원) 중반까지 치솟았다.
세탁기 가격은 더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2010년 6만 엔에 채 못 미쳤던 가격은 2023년 9만 엔 가까이 오르며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를 대변했다.
실제로 LG전자는 2020∼2022년 사이 일본에서 1대당 50만 엔 수준의 고가 냉장고를 한정 판매했다. 이를 통해 건조 기능까지 갖춘 ‘프리미엄 세탁기’의 시장 수요를 확인했다. 이후 주저 없이 일본 판매재개 전략을 수립했다.
일본 가전시장은 상대적으로 좁은 주거환경에 맞춰 소형가전 중심으로 성장했다. 최근 가격 상승 역시 제품의 크기 확대보다 첨단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닛케이는 “LG전자 드럼 세탁기는 인공지능(AI) 기능을 갖춰 의류 손상을 방지한다”라며 “세탁물의 무게와 재질을 스스로 분석해 세탁방법을 자동으로 선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본에서 고가의 ‘프리미엄 가전’ 판매가 증가하는 반면, 일본 현지기업은 여전히 중저가와 소형 가전에 집중하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에서 경쟁 우위를 지닌 한국 업체가 새로운 시장을 겨냥하기 시작한 셈이다.
다만 시장 확대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주요 가전 기업도 이 시장을 관망할 리 없다. 중국 하이센스는 올 상반기 드럼 세탁기를 일본에서 출시한다. 가전기업 하이얼도 올해 인터넷 접속 기능을 갖춘 에어컨을, 내년에는 드럼식 건조기를 차례로 선보인다.
닛케이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본 브랜드를 고집하지 않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일본 가전제품의 주도 세력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 자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하락 중이다. 영국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의 작년 시장조사 결과를 보면 일본 냉장고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 점유율은 2014년 70.4%에서 2023년 60.6%까지 9.8%포인트(p) 하락했다. 유럽 브랜드에 이어 한국과 중국기업이 일본에서 경쟁하는 만큼, 이 비율은 더 하락할 것으로 점쳐진다.
자동차업체들도 일본시장 공략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 철수 13년 만에 일본 승용차 시장에 재진출했다. 특히 기아도 지난해 일본 전기차 시장에 기대를 걸고 종합상사인 소지쓰와 현지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2013년 기아재팬 문을 닫은 뒤 11년 만에 다시 진출한 것이다. 기아는 2026년부터 목적기반차량(PBV) ‘PV5’를 일본에서 판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