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멈춘 가운데 수요자의 매수심리도 계속 위축되는 모습이다. 넘어서기 쉽지 않은 대출 문턱과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겹친 탓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이르면 다음 달부터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지지부지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견해도 있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1월 둘째 주 기준으로 3주 연속 보합(0.0%)을 기록하며 제자리걸음을 이어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에 탄핵 이후의 사회·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일단 지켜보자는 심리가 강해졌고 상승 기대감도 낮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줄어드는 추세다. KB부동산 매수 우위 지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36.8이다. 2023년 12월 20.7로 저점을 찍은 뒤 상승하면서 지난해 8월 68.8까지 올랐다가 다시 내림세를 타며 40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 지수는 공인중개사무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산출되는 데 100을 기준으로 낮을수록 매수자가 적고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매수자가 많다고 응답한 비중은 2.3%에 불과했다.
서울 매매 가격 전망지수는 86.4를 기록했다. 100을 기준으로 작을수록 하락 전망이 강하다는 뜻이다. '상승'과 '약상승', '보통', '약하락', '하락' 등 5개 항목으로 조사를 하는데 상승과 약상승을 합한 응답 비율은 4.4%였다. 반대로 약하락과 하락 비중은 31.5%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봄 이사 철이 가까워지면서 관망세가 풀리고 집값 흐름도 개선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계절적 비수기란 특성에 정치적 불확실성, 환율,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게 나타나고 있으나 설 연휴가 끝난 뒤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올해 들어 대출 환경이 나아지고 있어 시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름폭은 지역별로 차별화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그 폭은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과 이에 억눌렸던 수요가 풀리는 분위기이고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수요자들이 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어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전반적으로 전고점 수준까지는 회복되는 오름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은 공급 부족으로 꼽았다.
오름세가 완만한 수준에 그칠 것이란 견해도 제시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통상 흐름이 바뀌면 6개월 정도 유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9월 시작된 약세는 1분기를 지나면서 반전될 수 있다"면서도 "예상 기준금리 인하 횟수나 환율, 정치적 상황 등을 보면 큰 폭의 상승 가능성은 작다"고 예상했다.
보합 수준의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매수심리를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이고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한동안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매수심리 위축과 그에 따른 지지부진한 흐름은 연말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