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장기화로 수익성 악화
위기 극복 지원책 논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배터리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정부가 기업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책 모색에 나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배터리·소재기업들은 최근 '이차전지 비상대책 TF'를 구성하고 회의를 진행했다.
TF에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와 에코프로, LG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즘 장기화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산업 전반의 위기 극복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255억 원으로 3년여 만의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적자 폭은 6028억 원으로 확대된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4분기 적자가 유력하다.
공급망 후방에 있는 배터리 소재업체들의 타격은 더 크다. 에코프로비엠은 작년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며, LG화학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도 지난해 4분기 적자가 예상된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기차 후퇴 정책을 예고하는 등 올해 전망도 어둡다.
이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최근 회의에서는 산업 경쟁력 제고 전략과 핵심광물 수급 동향 등을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가 '친환경차·이차전지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만큼 대책을 마련해도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드라이브를 걸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들이 중심이 돼서 자체적으로 위기 극복 방안을 마련해 왔는데, 정부와 타이밍적으로 맞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던 경우가 있다"며 "기업 목소리를 잘 듣고 인력이나 금융 등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