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법원 난입 사태에…대법관 회의 “법관‧재판에 대한 테러행위”

입력 2025-01-20 16:05 수정 2025-01-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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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피해액 6억~7억 원 추산

“법치주의 무시…극단적인 행위”
“일상화될 경우 나라 존립 걱정”

트라우마 큰 직원, 심리 치유키로
90명 현행범 체포…66명 구속영장

대법원이 사상 초유의 법원 난입 사태에 대해 “법관 개인에 대한, 재판에 대한 테러 행위 시도는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 부정일 뿐 아니라 사법부‧국회‧정부 등 모든 헌법기관 자체에 대한 부정행위일 수 있어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이날 오전 조희대 대법원장 주재로 긴급 소집된 대법관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이같이 보고했다.

천 처장은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극단적인 행위가 일상화될 경우 우리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걱정을 많이 피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난입‧폭력에 대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체 헌법 기관에 종사하는 분들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주실 필요가 있다는 말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영장 재판 하나가 모든 재판 전체를 결정하는 것처럼 중차대한 부담을 영장판사 개인에게 지우고 그렇게 일반에게 받아들여지는 사법 시스템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보다 유연한 구속영장 발부 제도인 ‘조건부 구속영장제’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천 처장은 공개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피해액은 6억~7억 원으로 추산된다. 서부지법 직원들 트라우마 역시 큰 것으로 전해졌다.

천 처장은 전날 사법부 내부 코트 넷에 ‘법원 구성원께 드리는 글’을 올리고 “법원행정처는 서울서부지방법원이 하루 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인력 보강 및 시설 복구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태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어려움을 겪고 계실 서울서부지방법원 구성원들에 대한 심리 치유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반발한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불법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사진은 서울서부지법에 경찰 병력이 배치돼 있는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반발한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불법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사진은 서울서부지법에 경찰 병력이 배치돼 있는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경찰에 따르면 18~19일 이틀간 서부지법 및 헌법재판소 내외부에서 발생한 집단 불법행위로 총 90명을 현행범 체포해 19개 경찰서에서 수사 중에 있다.

서부지법에 침입한 46명 전원을 비롯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량 저지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10명과 경찰관 폭행 등 공무집행방해 또는 서부지법 월담자 중에서 혐의가 중한 10명 등 총 66명에 대해 서울서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5명은 전날 밤 서부지검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해 이날 오전 10시 30분께부터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절차가 진행 중이다. 연령대는 10대부터 70대까지 분포돼 있고 20대와 30대가 46명으로 51%를 차지한다. 서부지법에 침입한 46명 중 3명은 유튜버로 확인됐다.

[전문] 2025. 1. 20. 대법관 회의 입장문

2025. 1. 19. 새벽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집단적으로 일어난 폭력적인 무단 침입과 기물 파손, 법관에 대한 협박 등의 행위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기반한 헌법 질서의 근간을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입니다. 우리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이자, 사법부의 기능을 정면으로 침해하려는 시도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법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된 법관이 재판을 통해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고 하여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폭력적 수단을 동원하여 법원을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로서 사법부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마비시키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도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경찰 등 관계 기관과 협조하여 청사 보안을 강화하고, 법관과 법원 공무원이 어떠한 외부의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전하게 맡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사법부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우리의 헌법 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 기관의 역할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수행하며, 국민과의 소통 그리고 사법제도의 개선을 통해 사법 절차와 법원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에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공정한 재판과 정의를 위한 사법부의 역할을 믿고, 그 판단을 존중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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