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대 은행장 불러 모은 巨野, 점령군 행세하나

입력 2025-01-2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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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상생금융 간담회’를 가졌다. 6대 은행장을 불러 모은 이례적인 간담회였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은행이 소상공인 희망이 되는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도움이 절실한데 금융기관 역할 자체가 지원업무 아니겠나”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은행이 법정 출연금 중 지급준비금, 예금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을 대출금리에 전가할 수 없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다. ‘가산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개정안이다. 앞서 지난해 6월 가산금리 세부 항목 공시를 의무화하는 안건을 발의했다가 영업기밀 유출, 경영 개입 등 반론과 반발이 일자 한발 물러선 것이 이렇다. 새 개정안은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의 출연금을 대출금리에 50% 이상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도 담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민주당으로선 개정안에 대못을 박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전국적으로 박수가 쏟아질 것이란 계산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 앞서 “역대급 호실적 속에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통보도 했다. 은행권이 받는 압박감은 대단할 것이다. 가산금리 관련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은행들은 매년 약 3조 원의 부담을 안게 된다.

국가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산업 생산, 소비, 고용 등 여러 부문에서 적색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 예산의 3분의 2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위기감을 반영한다. 국가 경제를 짓누르는 가계부채부터 여간 심각하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말 국내 가계대출자 중 8%(157만 명)가 평균 연 소득의 10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썼다. 70%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쓴 대출자도 275만 명(13.9%)이나 됐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 지형상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한 위치에 있는 이 대표가 은행권에 압력을 넣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여간 꼴사납지 않다. 합법적 은행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정부당국의 과도한 개입도 꼴불견인데 하물며 정치권이 상전 노릇을 하고 나서는 것이 어찌 합당하겠나. 벌써 점령군 행세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은행은 규제 산업에 속하고 정치 권력에 취약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이 그럴수록 힘 있는 집단의 자제가 필요한 법이다. 팔을 비트는 식의 개입은 절대 금물이다. 하물며 책임이 있는 당국도 아닌 특정 정당이 은행장들을 부하 당직자처럼 한자리에 소환하고 ‘지원’ 운운하는 것은 선을 넘은 감이 없지 않다.

외부 권력집단의 금리 인하 압박이 옳은지도 살펴야 한다. 시장 원리에 반하는 포퓰리즘 처방은 중장기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은 경제학자라면 다 동의하는 역사적 철칙이다. 결국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가 크게 불거지고 자원 배분은 왜곡된다. 그 피해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에게 돌아가는 법이다. 로빈 후드의 역설이다. 수권정당을 자임하는 민주당이 그 역설도 모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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