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사회복지재단은 제18회 아산의학상 수상자로 기초의학부문에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 및 정신의학·행동과학부 교수, 임상의학부문에 안명주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젊은의학자부문 수상자로 박용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와 최홍윤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아산의학상 시상식은 3월 18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
기초의학부문 수상자 칼 다이서로스 교수에게 25만 달러(3억6055만 원), 임상의학부문 수상자 안명주 교수에게 3억 원, 젊은의학자부문 수상자인 박용근 교수와 최홍윤 교수에게 각각 5000만 원 등 4명에게 총 7억7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칼 다이서로스 교수는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이용해 생체 조직의 세포들을 빛으로 제어하는 유전학 기술인 광유전학(Optogenetics)의 창시자로서 감각, 인지, 행동의 세포적 기반을 이해하고 뇌와 행동 간의 연결 기전을 밝힌 공로를 인정받았다.
칼 다이서로스 교수는 녹조류에 있는 청색광단백질 ‘채널로돕신’을 생쥐의 신경세포에 이식한 뒤 빛을 이용해 행동을 제어하는 데 성공한 연구 결과를 2005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발표했다.
이후 2007년에는 빛을 이용해 신경계 구성 세포인 뉴런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2010년에는 대뇌 피질에 지속적으로 빛을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해 뇌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조작할 방법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2011년에는 뇌의 시상하부가 생존 본능과 관련된 중요한 신경 회로들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했고, 2019년에는 기억 형성과 회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 회로들이 어떻게 뇌에서 생리적 반응을 유도하는지를 분석했다.
칼 다이서로스 교수는 20년간 광유전학의 범위를 확장하며 신경세포의 역할과 신호전달 체계를 규명해왔고, 세계적으로 1만 회 이상 연구에 인용되며 생명 시스템 연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칼 다이서로스 교수는 한국 의과학자들을 스탠퍼드대 연구실로 초청해 광유전학 기술을 전수하고, 여러 연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등 후학 양성에 힘쓰며 국내 의과학 발전에도 기여했다. 김성연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스탠퍼드대 신경과학 박사과정 당시 칼 다이서로스 교수와 함께 불안의 증감을 조절하는 뇌 신경의 메커니즘을 발견해 2013년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안명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폐암·두경부암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암 치료 성적 향상을 위해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의 신약 임상시험을 주도적으로 수행했으며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 개발 연구 등 폭넓은 중개연구를 통해 종양학 발전에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안 교수는 폐암 중에서도 진행 속도가 빠르고 생존율이 낮은 소세포폐암에서의 새로운 면역치료제 ‘탈라타맙’의 임상연구 결과를 2023년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주저자로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탈라타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상피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관여하는 수용체 단백질인 EGFR의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에서 표적치료제인 ‘오시머티닙’과 관련된 다수의 임상연구에 참여했다. 국내 연구자 주도 연구를 통해 ‘드문 EGFR 돌연변이’ 환자에서의 오시머티닙 효과를 최초로 입증했으며, 이를 근거로 드문 EGFR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치료 시 오시머티닙 사용이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 등재되기도 했다.
현재 대한폐암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안명주 교수는 세계폐암연구협회의 공식 학회지인 ‘흉부종양학회지(Journal of Thoracic Oncology)’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한국 최초로 ‘여성 종양학상’을 수상한 안명주 교수는 미국암연구학회, 미국임상종양학회, 유럽암학회, 세계폐암연구협회 등에서 적극적인 학술활동을 펼치며 글로벌 연구 협력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만 45세 미만의 의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젊은의학자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박용근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세포 및 조직을 염색 없이 고해상도 3D 영상으로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 ‘홀로토모그래피’ 원천 기술을 개발해 바이오이미징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박용근 교수는 홀로토모그래피의 이론적 개념과 실용화에도 성공해 전통적인 현미경 기술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의과학 연구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또한 최홍윤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핵의학 분자영상과 공간전사체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의료영상과 융합하는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의학적 진단과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최홍윤 교수는 2021년 기술 창업을 통해 AI 기반 바이오마커 개발과 혁신적인 항암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공간전사체 연구를 실용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의과학자를 격려하기 위해 2008년 아산의학상을 제정, 의과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와 운영위원회의 심사과정을 거쳐 선정한다. 지금까지 총 53명(기초의학부문 14명, 임상의학부문 15명, 젊은의학자부문 24명)에게 아산의학상을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