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스플릿' 기업들, 트럼프 공포 현실화에 하방 수렴 우려

입력 2025-01-22 15:43 수정 2025-01-2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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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하면서 국내 기업의 신용도 하락에 대한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기업들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보편관세 등 '미국 우선주의'로 실적과 재무 변동성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한국 기업의 신용도 둔화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음을 내면서 신용도 하방 압력을 받는 기업들의 불안도 커지는 분위기다.

2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신용등급 '스플릿'이 발생한 기업은 일반 기업 13곳, 금융회사 9곳 총 22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18곳에서 4곳 더 늘어났다. LG화학, 에코프로 등 전기차배터리 관련 기업, 에쓰오일, 금호석유화학, 한화임팩트, HD현대케미칼 등 정유·화학사, iM캐피탈, OK캐피탈, 롯데캐피탈 등의 캐피탈사가 포함돼 있다.

등급 스플릿은 여러 신용평가사가 특정 기업의 신용등급을 평가사 별로 서로 다르게 평가한 상황을 의미한다. 보통 기업이 속해 있는 해당 산업 전망의 불확실성이 클 때 발생한다. 일례로 A 대기업의 신용등급을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AA-로,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와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AA로 평가한 경우를 일컫는다. 시간이 지나면 실적이나 재무상황 변화에 따라 위나 아래로 수렴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의견이 팽팽히 맞설수록 신용도가 하나로 통일되지 않고 갈라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플릿이 발생한 기업은 올해 취약 업종인 정유·화학, 이차전지, 건설업종에 특히 많았다. 금융사 중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시달리고 있는 캐피탈사와 증권사 등이 대거 포함됐다. 정유·화학 기업은 폴리프로필렌(PP) 수요 둔화와 중국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장기간 부진에 빠져 있다. 이차전지 업황 역시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가속화 중이다.

신용평가사별로 신용등급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져 있는 기업은 롯데물산이다. 나신평은 롯데물산의 신용등급을 ‘AA-, 안정적(등급전망)’으로 가장 높게 평가했다. 한신평은 롯데물산을 'AA-, 부정적'으로, 한기평은 가장 낮은 'A+, 안정적'으로 메겨 놓았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 스플릿은 금융 부문에서도 나타났다. 한신평은 롯데렌탈의 신용등급을 ‘AA-, 하향검토’로 평가했다. 반면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렌탈의 신용등급을 먼저 ‘A+,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롯데캐피탈에 대해서도 한국신용평가는 ‘AA-, 부정적’으로 아직 등급을 조정하지 않았지만,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A+, 안정적’으로 내렸다.

이차전지 산업도 트럼프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LG화학은 한기평과 한신평으로부터 ‘AA+, 안정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나신평에서 ‘AA+, 부정적’을 받아들었다. 석유화학과 전기차배터리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및 재무상황이 계속 나빠지면 LG화학의 신용등급이 하방 압력을 계속 받게 된다. 에코프로도 한기평 ‘A-, 부정적’ , 나신평 ‘A,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취임식에서 “전기차 관련 의무화를 철회해 자동차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며 ‘그린 뉴딜’로 불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종결을 선언했다.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은 미국 직접 진출을 통해 현지 배터리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미국 시장에 수조 원의 막대한 투자를 진행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텍사스주, 애리조나 등지에 공장을 설립하고 올해 중으로 가동을 앞두고 있다. 수익성은 떨어지는 반면 설비투자를 위한 달러 차입금은 증가 추세를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 달러 부채가 6조8000억 원 수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 시 연간 2400억 원의 손실이 날 전망이라고 공시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익이 8009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연간 이익 3분의 1을 환손실로 인식해야 한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한국 시장은 내수 둔화, 경기민감 업종의 비우호적인 수급 상황,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기업들의 영업환경이 악화하고 부정적 등급전망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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