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의장, 샘 올트먼·알렉산더 왕 만남 사진 공개
불안한 정국에 대미(對美) 창구가 사실상 단절된 가운데 트럼프 2기가 공식 출범하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한·미 가교’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은 정 회장은 17일(현지시간)부터 20일까지 워싱턴 DC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를 두루 만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인공지능(AI)·암호화폐 정책 책임자, 국무장관 지명자, FTC 위원장 등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과 미래 사업 구상에 매진했다.
21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의 초대로 워싱턴을 찾은 정 회장은 아내 한지희 씨와 취임식 이전 비공식 프라이빗 행사부터 취임식 당일 스타라이트 무도회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정 회장은 스타라이트 무도회에서 트럼프 2기 AI·암호화폐 정책 책임자로 임명된 데이비드 삭스와 국무장관 지명자 마크 루비오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AI 같은 신기술을 유통에 접목, 고객 경험을 확대하는 부분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삭스는 “유통업은 소비자들이 AI의 발전상을 가장 피부에 와 닿게 느낄 수 있는 산업”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신기술이 국민 생활 질의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벤처 투자 기업 1789캐피탈을 공동설립한 오미드 말릭, 크리스토퍼 버스커크와는 함께 식사하며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또 다른 프라이빗 사교 행사에서는 오클라호마주 현직 주지사 케빈 스타크를 만났다. 또한 지난달 중순 트럼프 자택인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일론 머스크와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X(옛 트위터)와 우버 등 글로벌 IT 기업이 공동 주최한 프라이빗 행사에도 참석했다. 행사에서 제임스 머스크와 혁신 기업 투자자로 유명한 브래드 거스트너, 케빈 스타크 등을 만나 다양한 주제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정 회장은 취임식 당일엔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린 생중계 현장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취임을 축하했다. 이후 J.D. 밴스 부통령 주관 네트워킹 행사에도 참석, 미국 정부와 공화당 측 주요 인사와 금융업계 고위 관계들과 교류하며 폭넓은 인맥을 쌓았다. 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앤드루 퍼거슨 위원장,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와도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국내 정·재계는 정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기점으로 사실상 ‘한·미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은 작년 12월 중순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당시 당선인과 국내 재계 인사로는 처음 직접 대화하기도 했다. 이를 기점으로 그의 한·미 가교 역할론이 급부상했다. 정 회장도 17일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업가로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할 것이고, 그게 가교 역할이 되거나 국익에 보탬이 되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취임식에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도 참석했다. 그는 실내취임식이 열린 국회의사당 내 노예해방의 홀(Emancipation Hall)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선서 등을 지켜봤다. 이 자리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 알렉산더 왕 스케일AI 창업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오기도 했다. 국내 패션업계 인사 중에선 유일하게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부회장이 참석해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취임식 생중계를 지켜봤다. 한편 허영인 SPC 회장과 우오현 SM그룹 회장도 취임식 초청을 받았지만 생중계 등 실내취임식 장소엔 입성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