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따기 알바 하실 분” “○○아파트 전세 7억” “○○레 ○파크 LT 스페셜 에디션 직거래”
‘새로운 주인(구직자)’을 찾는 다양한 문구. 모두 한곳에서 볼 수 있는데요. 단순 중고거래 플랫폼이 지역과 동네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플랫폼이 됐죠. 심지어 요즘 뉴스를 점령한 ‘시위’도 이곳에서 발견되는 등 그 영향력을 발휘 중인데요. 그야말로 거대한 ‘당근’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이후 집회가 과격해지는 가운데 집회 참가 인력을 구인하고 있다는 글이 게시됐는데요. 네이버 스토어에 인당 5만 원에 집회·시위에 참여할 인력을 조달해준다는 판매 글이 올라온 데 이어 당근에도 비슷한 구인공고가 올라왔죠.
‘토요일 집회에 참여할 용모 단정한 여학생을 구한다’라는 내용의 아르바이트 채용구인 글. 장소는 광화문, 시급은 1만30원이었죠. 해당 글은 삭제 조처됐는데요. 당근은 지역 내 구인 공고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공고 내용에 정치·종교적 상징이나 메시지가 포함된 경우 글을 숨기고 이용자에게 알림을 발송합니다. 당근에 접속해 구인공고를 보던 이들도 “정치적 목적의 집회, 시위에 금전적으로 인력을 동원해도 되냐”라며 해당 글 삭제를 당근에 요구했죠.
해당 글은 삭제됐지만 그만큼 당근을 ‘아르바이트(알바) 뽑기’로 많이 활용한다는 뜻인데요. 특히 ‘직주근접’이 가능한 구직자를 찾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죠. 당근알바는 700m 이내 거리에 있는 일자리를 먼저 알려줍니다.
거기다 ‘5분 알바’, ‘30분 알바’, ‘일일 알바’를 구하기에도 쉽죠. 정말 ‘잠깐’의 일들도 부탁하고 구하기 쉽게 채팅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한때 ‘바퀴벌레 좀 잡아주세요’라는 당근 알바 글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징그럽고 빠른 바퀴벌레를 도무지 잡을 수 없었던 동네 주민의 외침. 외면하지 않고 달려와 준 주민 덕에 한쪽은 벌레를 잡아서 좋고, 다른 한쪽은 돈을 벌어 좋은 정말 짧고 강렬한 알바였죠.
해당 사연이 알려진 이후 정말 다양한 ‘도움’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요. ‘앞집 지붕에 떨어진 인형을 구해달라’는 요청에 낚싯대를 들고 찾아간 주민, ‘야근이 많아 강아지 산책을 며칠째 못 해줬습니다. 대신 산책해 주실 분’이라는 요청에 달려간 강아지 러버 주민까지 다채로운 사연들이 쌓여갔죠. 여러 사연이 더해지며 짐 옮기기, 명절 전 부치기, 산타 알바 등 크고 작은 일자리가 연결됐습니다.
특히 이 알바 모집 공고는 제주도가 가장 유명한데요. 당근에 따르면 2024년 한해 동안 당근 알바에 구인 공고가 가장 많이 올라온 전국 지자체 순위를 보면 경기도 화성시, 서울 강남구에 이어 제주시가 3위를 차지했죠. 거기다 장소 특이성에 힘입어 독특한 알바가 많습니다. ‘손과 호미로 잡초 뽑으실 분’, ‘하루 밭일하실 분’, ‘제주공항 픽업 영어 안내 보조 인력’, ‘가시덤불 제거할 벌초 인부 구함’, ‘수학여행 단기알바’에 이어 ‘한라봉 가지치기 가능하신 분’, ‘감귤밭 나무파쇄 작업자 구함’ 등 제주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귤도 함께하죠.
정말 독특하고 특이한 알바 등장으로 ‘도전자’들도 늘어났고, 후기 글도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이 다정하고 훈훈한 이야기 속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했습니다. 범죄 악용 우려죠.
‘‘하반신 마비인 여동생의 간병인을 구한다’라는 구인 글이었는데요. 하반신 마비 여자아이를 간호해달라며 오후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실근무지는 가평으로 출퇴근 픽업도 가능하다는 공고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일당은 60만 원이었는데요. 게시자는 “인원이 갑자기 펑크가 나서 급구한다”며 “하는 일은 많이 없고 대화 나눠주시면서 놀다가 취침 준비하시고 일어나셔서 청소 및 아침 준비 정도 해주시면 된다. 나이가 어리고 겁이 많은 친구라 비슷한 나이 동성 우대한다. 프로필 사진 본인 사진으로 변경 후 지원해달라”고 상세 내용을 알렸습니다. 꽤 큰 일당과 몸이 불편한 여동생을 위한 공고에 마음이 움직인 이들이 알바를 신청했죠.
그와 동시에 해당 공고에 대한 의문점도 나왔는데요. 이 공고에 호기심을 보인 네티즌에게 다른 이들이 “찝찝하고 무섭다”, “장소도 가평이면 혼자 나오지도 못한다”, “백번 의심해도 부족하다” 등의 의견을 냈죠. 이 불안한 촉은 그대로 들어맞았는데요.
13일 경기 가평경찰서는 납치와 감금 등 혐의로 20대 남성 A 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9일 오후 7시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30대 여성 B 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워 가평군 청평면 대성리 한 펜션으로 데려가 약 이틀간 감금했는데요. B 씨 지인의 신고로 A 씨는 체포됐죠. B 씨는 A 씨의 당근 알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해당 사건에 휘말렸는데요. 바로 ‘‘하반신 마비인 여동생의 간병인을 구한다’는 공고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서울에서 지냈으며, 하반신 마비인 여동생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죠.
사건 이후 이런 범죄를 막을 수 없는 구인 공고에 당근을 향한 비난도 이어졌는데요. 간편하다는 편의성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점은 진중한 고민과 예방이 필요해 보입니다.
당근은 중고거래, 구인공고에 이어 부동산과 중고차 거래에도 발을 넓혔는데요. 실제로 2022년 7094건이던 당근마켓 내 부동산 직거래 건수(거래 완료 기준)는 지난해 1~7월 3만4482건으로 4배 이상 늘었는데요. 직거래의 가장 좋은 점은 중개보수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부동산 거래 이용자들이 ‘안전’을 이유로 공인중개사가 낀 부동산 거래를 해왔지만, ‘공인중개사가 부동산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까지 조사·확인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례 등 여러 사례가 나오면서 ‘돈을 써서’ 공인중개사를 이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 거죠.(단, 공인중개사가 중개한 매물에 문제가 있는 경우 공인중개사협회의 공제를 통해 일정액의 보상을 받을 수 있고 한국부동산원의 규제를 받게 됨)
부동산 거래에 힘입어 중고차 거래까지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중고차는 하루에 2000대 이상의 중고차가 당근 앱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편리하고 값싸지만, 이 직거래도 ‘사기 위험’에 취약한데요. 지난해 9월까지 당근마켓을 포함한 플랫폼에서 발생한 부동산 직거래 관련 형사사건은 9건으로, 피해 금액은 총 15억7675만 원입니다. 중도금 입금을 유도한 뒤 연락이 두절되는 ‘먹튀’와 부동산 소유자가 아닌 제3자가 가짜로 매매 관련 게시글을 올리는 허위 매물 사례도 있었죠.
이에 정치권에서도 직거래 관련 사기에 대해 플랫폼들도 방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직거래 서비스를 도입한 플랫폼에 실명인증을 통한 거래자 본인 확인 절차 강화를 주문한 상태죠.
개인도 ‘기본 의심을 장착하고’ 매물과 공고를 봐야 할 듯한데요. ‘편리함’과 ‘위험성’ 사이, 어떤 부분이 실제 이용자들에게 더 큰 장점으로 받아들여질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