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쟁점은 ‘비상계엄 내란 여부’
尹 측, 증인 24명 이상 추가 신청
채택 늘어날 경우엔 재판 장기화
김용현 전 장관 증인 신문 예정
尹, 23일 4차 변론도 출석 예고
변론권 내세우며 조사 불응할 듯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탄핵 심판이 열리는 헌법재판소에 출석했다. 역대 세 번째 대통령 탄핵 심판이지만, 대통령 본인이 헌재 심판대에 직접 서기는 처음이다. 이날 열린 제3차 변론기일에서 헌재는 12‧3 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윤 대통령 진술을 듣고 국회 폐쇄회로(CC) TV 등 채택된 증거를 조사했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청구인 국회 대리인단은 쟁점을 총 5개로 정리했다. 우선 비상계엄 선포행위의 절차적, 실체적 위헌‧위법성을 지적하면서 △국회에 군대를 침입시키고 국회의장‧국회의원 등의 체포를 지시한 행위의 위헌‧위법성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대를 침입시키고 불법 압수수색 및 체포‧구금을 시도한 행위의 위헌‧위법성 △포고령 제1호의 위헌‧위법성 △전‧현직 대법관과 법관 등 사법부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구금 지시의 위헌성에 관해 구체적인 헌법과 법률 위반 사항과 함께 관련 법리를 기재한 34쪽 분량 ‘쟁점 요약 서면’을 제출했다.
소추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를 언급하며 헌재가 표적이 된 ‘제2의 폭동 사태’를 걱정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헌법의 기본원리는 물론 국민 주권주의‧대의 민주주의‧권력분립‧법치국가 원칙에 나아가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할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질타했다.
반면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비상계엄은 헌법상 권한이기 때문에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는 자유민주주의 위기가 그 배경이며, 이를 바로 잡아야 할 대통령의 책무에 의한 것”이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계엄 포고령을 집행할 의사나 실행 계획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 주요 배경으로 선거관리 시스템 부실을 꼽았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윤 대통령 측이 변론 과정에서 부정선거 증거로 ‘부정 투표지’를 거론하자 “이미 대법원 판결을 통해 사소한 실수, 단순한 기계적 오류 등으로 부정선거의 증거가 될 수 없음이 입증됐다”고 일축했다. 선거인 명부 데이터 위‧변조에 대해서도 “명부 작성‧확정 절차에 관계된 모든 사람과 기관이 합심해 관여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어떠한 법 위반이 있는 경우에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할 것인지는 파면 결정을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위반 행위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지, 또는 대통령이 자신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박탈해야 할 정도로 법위반 행위를 통하여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것인지를 판단하여 정한다.”
헌재가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명확히 한 탄핵 판단 기준이다. 여러 쟁점마다 양 측이 첨예하게 맞서나, 결국 ‘국헌 문란’으로 압축되는 윤 대통령의 헌법 위반 행위가 증명돼야 한다.
다만 입증을 위한 증인 채택이 늘면서 헌재 탄핵 심판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3차 변론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증인으로 채택했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다수 국무위원을 포함해 최소 24명에 달하는 증인을 추가로 신청했다.
앞으로 윤 대통령은 가능하면 헌재 변론에 전부 출석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는 더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 요청으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첫 번째 증인으로 채택된 23일 4차 변론에 재차 출석할 가능성이 크다.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막을 근거가 없는데, 헌재 탄핵 심판을 준비한다는 명분으로 22일과 23일 조사에도 연이어 불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1차 구속 기간은 28일까지, 연장 시 다음 달 7일까지로 보고 있다. 현재 대검찰청과 공수처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 사건’ 송부 시점을 협의 중이다. 검찰은 1차 구속기간 만료 전에 넘기라고 공수처에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기간 연장 여부는 법원 권한이므로, 만약 연장이 불허되면 바로 기소해야 하므로 기소에 필요한 최소기간 확보를 위해 1차 기간 만료 전 검찰에 사건을 송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