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사에서 화성 언급하며 머스크 힘 실어줘
DOGE 역할 여전히 불분명...연방정부 산하 기관 될 수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단연 화제를 모았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의 단독 수장을 맡게 되면서 그의 권력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머스크와 함께 DOGE의 공동수장에 지명됐던 기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가 사퇴하고 내년에 치러질 오하이오 주지사 선거에 도전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오하이오는 공화당 텃밭이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라마스와미는 DOGE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지난 두 달간 그의 기여에 대단히 감사드리며, 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실세’ 머스크와의 불화설이 불거졌던 터라 이번 라마스와미의 사퇴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라마스와미는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에 발급되는 취업 비자인 H-1B 비자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우수성보다 평범함을 숭배해 최상급 엔지니어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통 지지층과 갈등을 빚었다. 이에 트럼프는 물론 트럼프 측과 머스크의 반감을 산 것으로 전해진다.
라마스와미의 하차로 머스크는 DOGE 수장을 단독으로 맡게 됐다. 앞서 NYT는 13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가 백악관에 인접해 있는 아이젠하워 행정동 건물에 사무실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전망대로라면 머스크는 트럼프와 앞으로도 가까운 거리에서 상주하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가 맡게 될 DOGE의 역할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DOGE를 당초 계획했던 자문기구 형태가 연방정부 내 독립기관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DOGE와 관련된 트럼프의 첫 행정명령에는 미국 디지털 서비스청(USDS)을 향후 18개월간 ‘미국 DOGE 서비스청’으로 임시로 명칭을 변경하고, 연방 기관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현대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연방 기관들에 엔지니어와 인사전문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자체 DOGE 팀을 만들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행정명령에는 당초 트럼프가 DOGE 신설 계획을 발표했을 때 언급했던 연방 예산, 연방 기관 인력과 규정 축소 등은 포함돼 있지 않았는데, 향후 추가 행정명령을 통해 이러한 부분까지 다룰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DOGE가 연방 기관 소속이 된다면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통해 연방정부와 수십억 달러의 계약을 맺고 있는 머스크에 이해 상충 문제와 재정 공개 의무가 발생하게 된다.
트럼프는 이날 취임사에서도 머스크에 힘을 실어줬다. 트럼프는 “화성에 성조기를 꽂기 위해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보내는 등 별을 향해 우리의 ‘매니페스트 데스티니(manifest destiny·명백한 운명을 의미하는 미국의 영토확장 관련 표현)’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의 화성 정착은 머스크의 오랜 꿈이다. 해당 발언을 들은 머스크는 엄지를 추켜세우며 환호했다.
머스크는 취임 축하 행사에서 “우리는 도지(DOGE)를 화성으로 데려갈 거다”라고 언급했다. 도지는 그가 이끌게 된 정부효율부 약칭이자 그간 줄곧 화성 가겠다면서 동시에 언급한 가상자산 도지코인을 뜻한다. 그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을 향해 나치식 경례를 연상케 하는 제스처를 취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공익법 전문 로펌인 ‘내셔널 시큐리티 카운슬러(National Security Counselors)’는 “DOGE가 정부 자문위원회에 적용되는 연방자문위원회법(FACA)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