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교과목으로"…위기 극복에 여러 목소리 [K콘텐츠는 '飛上' 영화는 '非常' ②]

입력 2025-01-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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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영화 제작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는 제작 방식이 대형 투자사와 제작사, 스타 감독이나 배우 등 소수의 힘에 의해 휘둘리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 기성 세대다. 항상 트렌디하고 좋은 방향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뻔하고 반복되는 듯한 영화가 계속 나온다고 생각한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사진 출처 = 픽사베이)

30대 초반의 한 영화 스태프는 기자를 만나 이같이 하소연했다. 감독의 꿈이 있기도 한 그는 "촬영 이전에 시나리오부터 집단적으로 완성도 있게 개발하는 문화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라고 말했다.

이어 "신진 예술인들이 독립적으로 작품을 만들 기회나 공개할 만한 영화제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독립예술영화 저변 확대를 위한 사업이 필요하다"라고 부연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영화 진흥 정책 방향은 '중예산 영화' 지원이다. 이를 위해 10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지원대상은 순제작비 20억 원 이상 80억 원 미만의 장편 실사 극영화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이 같은 정책 방향이 한국영화의 허리를 살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민 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안일한 대형 상업영화보다는 합리적 예산의 중규모 영화를 더 철저하게 기획하는 게 우리의 살 길"이라며 "그래야 영화시장이 더욱 다양해진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개봉작 '창고 영화' 많아…동시대 흐름에 맞는 다양한 영화 나와야

지난해 10월 개봉한 김창주 감독의 '아마존 활명수'는 손익분기점이 250만 명이었지만, 60만 명을 돌파하는 데 그쳤다. 이 영화는 CJ ENM이 제작을, '기생충'의 바른손이앤에이가 배급을 맡았다.

전직 양궁 국가대표가 아마존으로 가 활솜씨가 뛰어난 원주민 3명을 한국으로 데리고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하지만 개봉 후 '인종차별'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흥행에 실패했다.

독립예술영화를 주로 제작하는 한 관계자는 "이런 영화가 시나리오 개발이나 제작 단계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대형 투자배급사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는 자체가 한국영화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요즘 시대에 걸맞지 않은 인권 감수성에다가 류승룡이라는 배우를 비슷한 느낌의 코미디로 자꾸 소비하면서 완전히 실패했다"라고 지적했다.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역시 "지난해에 개봉한 영화들은 코로나19 때문에 개봉하지 못했던 이른바 '창고 영화'들이 많았다"라며 "그래서 현재 트렌드에 맞지 않는 거다. 극장이 트렌드를 선도해야 하는데, 끌려가는 형국이라 젊은 관객들을 유인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픽 = 김소영 기자 sue@)
(그래픽 = 김소영 기자 sue@)

"넷플릭스 등 OTT도 산업 발전 위해 영화발전기금 내야"

그러면서 노 교수는 극장의 위기로 반사 이익을 얻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영화발전기금의 재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많은 영화인이 OTT로 넘어갔다. 원래 극장 개봉 예정이었다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승리호'가 대표적 사례인데, 이런 영화들이 영발기금의 재원이 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로 돈을 벌었으면 당연히 영발기금을 내는 게 맞다. 프랑스는 영화로 돈을 버는 모든 것에 영발기금을 부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가령 넷플릭스는 프랑스 내 연간 매출액의 4%(약 2억 유로)를 프랑스 및 유럽 영화에 투자(이 중 75%는 프랑스어 표현 작품)하기로 약정했다. 노 교수는 "프랑스는 글로벌 OTT에 대한 다양한 세금을 신설해 영화산업 지원기금 재원에 기여하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문체부는 영발기금의 주요 재원이었던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이 국민 실생활에 부담을 주는 '그림자 조세'라는 이유에서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지난달 국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영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같은 결정에 영화인들이 반발이 거세자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부과금 제도를 부활하는 내용의 '영화·비디오물 진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 OTT에 영발기금을 부과하려면 우선 영화·비디오물 진흥법(영비법)에서 정의하는 극장 상영 위주의 영화 개념이 변경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21일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산업의 변화 동향에 맞춘 정책 수립을 이미 고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유튜브, 숏폼 등 뉴미디어 영상콘텐츠를 포괄하는 진흥 법률 제정 등 변화하는 콘텐츠·미디어 환경에 맞춘 정책 추진을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방송·OTT 영상콘텐츠 업계 간담회에서 관련 협회, 제작사, OTT 업계 대표 등 참석자와 업계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문화체육관광부)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방송·OTT 영상콘텐츠 업계 간담회에서 관련 협회, 제작사, OTT 업계 대표 등 참석자와 업계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문화체육관광부)

'시나리오 공모전' 등 원석 발굴하려는 노력…산업·학계 머리 맞대야

영화산업의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신진 창작자 발굴과 함께 참신함으로 무장한 시나리오 개발에 대한 업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시나리오 공모전을 통해, 한국영화아카데미(KAFA)는 넷플릭스와 협력해 영화 분야 신진 창작자를 위한 지원에 손을 뻗었다.

김유진 플러스엠 콘텐트본부장은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꾸준히 시나리오를 써내려가는 이들을 위해 만들었다"라며 "많은 이들이 시나리오 작가의 꿈을 잃지 않고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13일 KAFA는 넷플릭스와 함께 미래 영화인들이 글로벌 스트리밍 창작환경에 적합한 혁신적인 기획 및 스토리텔링을 배울 수 있도록 '리부트 캠프'를 개최했다.

모든 정보가 영상으로 대체되고 있는 시대에 영화를 비롯한 영상 콘텐츠 교육 및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전국 각지 영상도서관 설립을 포함해 영화·영상을 음악, 미술, 체육처럼 정규 교과 과목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혜 문화평론가는 "활자보다 영상 정보를 더 신뢰하는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를 해석하는 능력이 필수인데, 문자 리터러시를 넘어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내포된 의미를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습득할 수 있는 영상 리터러시 능력을 적극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특히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기성세대와 달리 어렸을 때부터 영상을 보고 자란 세대를 위해 초중고 교과목에 영상 관련 교과목을 신설하는 방안도 이제는 논의할 단계"라며 "그래야 비판적으로 영상 정보를 수용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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