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파크골프 수요 증가 등 사회적 여건 변화를 반영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파크골프장 설치를 허용한다. 배우자 동의가 필요했던 난자·정자 채취·동결은 앞으로 동의 없이도 가능해진다. '운동시설 먹튀'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체육시설 사업자들은 휴·폐업 예정일 14일 전까지 이용자들에게 이를 반드시 알려야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 생활에 불편하게 하는 낡고,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민불편 민생규제 개선방안'을 22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했다.
개선 방안에는 △지역주민 생활여건(7건) △일상 속 편의 증진(11건) △사회적 약자 불편(9건) △반려동물 양육 생태계 조성(11건) 등 크게 4개 분야, 모두 38건의 규제 개선안이 담겼다.
정부는 지역주민의 생활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그린벨트 내에도 파크골프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동안 그린벨트 내엔 잔디축구장, 테니스장 등 실외체육시설 설치가 허용된 반면 파크골프장 조성은 불가능했다. 실제 한 지자체가 2019년부터 파크골프장 설치를 추진했지만 그린벨트 내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추진이 중단됐다. 정부는 파크골프장이 다른 시설처럼 환경 훼손 우려가 적고, 지난해 6월 체육시설 법령상 생활체육시설에 파크골프장이 추가되는 등 사회적 여건이 변화한 점을 고려해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유권해석 변경을 마무리했다.
그린벨트 내 주택용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도 올해 상반기 안에 허가제에서 신고제 변경한다. 현재 50㎡(약 15평) 이하 소규모 태양광발전시설은 허가 없이 설치할 수 있지만 그린벤트 내에선 허가를 받아야 설치가 가능했다. 정부는 통상 30일 이상 소요되는 허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해 태양광 시설 설치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역사문화권 정비구역 내 행위제한도 완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역사문화권 정비구역 내 모든 곳에서 건축, 형질변경, 수목식재, 도로설치 등 행위 시 지자체장의 허가가 필요했다. 이같은 일률적인 제한으로 인해 지역주민의 사회경제적 활동이 과도하게 제한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역사문화권 정비구역 내에서 행위제한 범위와 기준을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정하도록 올해 상반기 안에 개선할 방침이다.
아파트, 상가 등 공공장소에 무단 방치된 자전거 처분도 '통행방해' 등의 처분 규정을 삭제해 올해 하반기부터 활성화한다. 공동주택 페인트칠 수선주기를 5년 이내에서 8년 이내로 개선해 수선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임신을 위해 본인의 난자·정자를 채취·동결 시 배우자의 동의 요건도 삭제한다. 부부간 의견 대립과 배우자의 부재 등으로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반영됐다. 손동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최근 임신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난자·정자를 동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기혼자의 경우 현행 규정상 배우자의 동의가 필수 요건으로 돼 있다"며 "기혼자도 자기 결정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배우자의 동의 없이 본인의 난자·정자를 동결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안에 생명윤리법 및 시행규칙을 개정할 예정이다.
체육시설 이용자에 대한 보호도 강화한다. 그간 체육시설 사업자들은체육시설법에 따라 휴·폐업한 날부터 30일 안에 관할 지자체에 휴·폐업 사실을 통보했다. 그러나 정작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회원들에겐 관련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선불 이용료 등을 제대로 환불받지 못하는 피해가 속출했다. 정부는 체육시설 업체들의 먹튀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휴‧폐업 예정일 14일 전까지 이용자 및 회원들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지난해 10월 체육시설법을 개정했다.
자동차 정기검사 운영시간도 연장한다. 토요일 오후 1시까지만 가능했던 주말 운영 시간을 오후 4시로 연장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 추진할 방침이다.
수수료가 없는 관세 납부 전용계좌 운영 은행도 기존 2개에서 17개로 확대한다. 전자상거래 시 물품 가액이 150달러를 초과하면 관·부가세를 부과한다. 해당 관세를 납부할 때 계좌 수수료를 지급하게 돼 있지만, 관세 납부 전용계좌를 이용하면 수수료 없이 관세를 납부할 수 있다. 정부는 은행 및 금융결제원과 협의해 올해 9월까지 관세납부 시스템 개선할 예정이다.
고령자의 운전면허 반납 절차도 간소화한다. 주민등록번호와 운전면허번호를 연계해 운전경력증명서 발급 없이도 반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내용이다.
개선안엔 반려동물 양육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도 담겼다. 사람의 지문처럼 강아지의 코주름(비문)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점을 반영해 생체인식 기술을 접목한 등록방식을 도입한다. 또 그간 개인 소유 반려견으로 한정했던 등록 대상 동물 범위도 번식용(동물생산업자) 부모견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반려동물 보험 DB를 구축하고, 표준화된 진료정보를 확대하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반려동물의 음식점 동반 출입 규제도 완화한다. 정부는 연내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야기하는 낡은 규제가 아직도 민생현장에 많이 남아 있다"면서 "정부는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성껏 소통하며 불편과 부담을 초래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쉼 없이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내달 민생규제 개선방안을 마련해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