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지난해 실적이 지하로 떨어졌다. 공사비 상승으로 국내 주택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도 있지만 연결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현장에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 게 결정적이다.
22일 현대건설은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액이 32조6944억 원으로 전년보다 10.3% 증가했다고 밝혔다. 목표인 29조7000억 원을 웃도는 수치로 몸집 성장을 지속한 것이다.
매출액이 2017~2020년 17조 원 안팎에서 2022년 20조 원대에 올라서고 2023년 29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30조 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과 샤힌 프로젝트 등 해외 대형프로젝트, 올림픽파크포레온 등의 성과가 반영된 결과다.
외형과 달리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2001년 이후 23년 만이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조2209억 원이다. 이중 2000억 원가량이 현대건설 별도 기준 손실이고 나머지는 현대엔지니어링 몫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인도네시아와 사우디 현장에서의 원가 점검을 통해 비용을 반영하면서 큰 폭의 적자를 냈다.
현대건설의 이번 성적표는 시장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쇼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해외 현장에서의 손실 가능성을 예측하기는 했으나 영업적자를 전망한 곳은 없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현대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5781억 원이다.
공사비 급등 부담이 큰 2021~2022년 주택 착공 물량의 악영향과 해외에서의 손실로 영업이익이 축소되고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으나 적자까지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현대건설은 2022년부터 원가율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는 추세다. 2021년까지 90% 수준을 유지하던 원가율은 2022년 92.9%, 2023년 94.3%로 높아졌고 지난해는 100.6%로 100%를 넘었다. 반대로 영업이익률은 2021년 4%대에서 2022년 2.7%, 2023년 2.6%로 떨어졌고 지난해는 -3.7%를 기록하게 됐다.
허재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모두 최고경영자를 교체하면서 손실 처리 가능성이 있었지만 1조2000억 원대는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라며 "자세한 내용은 봐야겠지만 올해 상반기 발생할 손실까지 미리 반영한 것이라면 실적 반등 시점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 연구원은 실적발표에 앞서 올해 상반기 수익성이 좋지 못한 프로젝트 준공이 예정돼 있어 해외 현장의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런 부분과 주택 원가율 개선 시점 등을 근거로 하반기부터 실적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전반의 관측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형 원전을 포함해 소형모듈원자로(SMR), 해상풍력·태양광·수소 사업 등 청정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신개념 주거상품 개발, 생산기술 혁신에 더욱 힘쓰겠다"며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