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두바이에 중동사무소 열고 해외 신시장 개척 속도
버스를 타고 창밖을 보자 끝없이 이어진 모래 지평선이 보였다. 또 이와 맞닿은 하늘이 정지화면처럼 시선을 채웠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하다 한순간 하얀 지평선과 푸른 하늘 사이에 검은 선이 생겨났다. 그 선은 검은 파도처럼 그 폭을 넓혀가며 다가오더니 어느새 눈동자가 담을 수 있는 모든 지평선을 채우는 것도 모자라 고개를 돌려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졌다.
20일(현지시간)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Muscat)에서 버스로 1시간 50분가량을 이동해 도착한 '오만 마나 태양광발전소'의 첫 느낌은 '검은 파도'와 같았다. 파도가 밀려오듯 검은 태양광 패널이 끝없는 지평선을 메운 웅장한 모습이었다.
국내에서 산지 태양광과 해상 태양광 등을 본 적이 있지만, 규모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느껴졌다.
'오만 마나 태양광발전소'는 한국서부발전이 오만에서 국내 최초로 수주한 태양광 프로젝트다.
이날 오만 정부는 서부발전과 오만 국영 수전력조달공사, 프랑스 국영전력회사 등과 함께 무스카트에서 '마나 태양광 준공 세레모니'를 열고, 산유국 오만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의지를 알렸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빌아랍 빈 하이삼(Bilarab bin Haitham) 오만 왕자가 참석해 오만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준공 세레머니 이후 찾은 오만 마나 태양광발전소는 무스카트에서 남서쪽으로 170㎞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크기는 무려 780만㎡, 여의도 면적의 약 2.6배에 달하며 설비용량 500MW(메가와트) 규모로 건설됐다.
이는 국내기업이 오만에서 수주한 최초의 대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4억5000만 달러, 한화 약 6000억 원 수준이다.
오만은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해 올해까지 친환경 에너지 비중 16% 달성, 2030년까지 3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오만 비전 2040'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마나 태양광 프로젝트와 이브리3 프로젝트 등 대규모 사업을 완성하고 또 추진 중이다.
특히 마나 태양광발전소는 규모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압도적인 효율성이다.
먼저, 태양의 움직임에 맞춘 자동 패널 각도 시스템이 적용됐다. 발전효율을 최대로 높일 수 있는 태양광 패널 황금 각도를 자동으로 찾아 최고의 성능을 끌어낸다. 이 시스템은 기존 고정식 태양광 패널에 비해 10% 이상 발전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태양광 패널 뒷면에도 태양광 발전 시설이 달려 있어 반사광까지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서부발전은 이를 위해 태양광 발전소 건설 시작 단계에서 바닥을 다지는 공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하얀 모래가 부지를 뒤덮으면서 내리쬐는 직사광은 전면 패널이 잡고, 바닥을 거울삼아 반사되는 반사광은 패널 뒷면을 통해 전력으로 전환한다.
패널 자동 각도 시스템은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반사광 확보를 위한 뒷면 패널 집진 기술 적용은 사막과 같은 거울 같은 부지에서만 활용할 수 있어 국내에선 찾을 수 없는 공법이다.
여기에 모든 패널을 자동으로 청소할 수 있는 태양광 자동 로봇 청소기도 부착했다.
사막은 모래바람이 심해 태양광 패널을 모래가 덮어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으나, 서부발전은 모든 패널을 자동으로 청소할 수 있는 로봇으로 이를 해결했다. 마나 태양광 발전소는 총 59개의 세션으로 이뤄져 있으며, 세션마다 패널에 장착된 59개의 로봇이 태양광 패널의 발전 성능을 항상 최고조로 유지한다.
고윤호 서부발전 해외신사업처장은 "청소 로봇도 태양광으로 작동하며 단순한 원리로 이뤄져 가격도 비싸지 않으면서도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에서는 필수라고 할 만큼 효율성이 좋다"라며 "중동은 연평균 일사량이 높아 태양광 발전소의 효율이 25~30%에 달하며, 서부발전의 이런 노력으로 효율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마나 태양광 프로젝트는 지난해 4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아이제이 글로벌 어워즈 2023'에서 중동‧북아프리카지역 신재생에너지 부문 올해의 프로젝트상을 받는 등 국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오만 마나 프로젝트에 성공한 서부발전은 이미 두 수 앞을 더 보고 있다. 현재 1500MW 규모의 UAE 아즈반(Ajban) 태양광 발전 사업도 진행 중이며, 특히 21일 두바이에 중동사무소를 열고 중동 각국의 대규모 에너지 전환 사업 수주를 위해 노력하는 등 친환경에너지 신시장 개척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실제로 서부발전은 이달 오만 이브리 스리(Ibri 3) 태양광과 4월 사우디 라운드 식스(Round 6) 태양광, 6월 UAE 아부다비 피브이 파이브(PV5) 태양광 등 올해 예정된 중동 친환경에너지 입찰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정복 서부발전 사장은 "중동은 장기거래계약이 담보되고, 송전 제약과 관련해 정부가 보증을 하거나 발주처에 보증해 주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이며 안정적 수익을 보장한다"라며 "공기업이란 여건 아래 사업에 관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동을 서부발전의 전략 거점이자 미래를 향한 모멘텀이 지역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 수소입찰시장 활성화가 5년 이내에 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중동사무소가 수소경제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며 중동의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를 국내에 도입, 한국의 탄소중립 실현에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