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은 남성과 여성뿐” 트럼프 선언…‘당연’과 ‘차별’ [해시태그]

입력 2025-01-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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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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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

20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정식 취임했습니다. 추운 날씨 탓에 40년 만에 실내인 미 의회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열렸죠. 무척이나 따뜻한 탓이었을까요?

2017년 제45대 취임식 당시보다 2배가량 늘어난 취임사였는데요. 약 30분간 외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 대부분은 ‘미국’이 차지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전임 행정부인 조 바이든 정부에 대한 비난도 쏟아냈는데요. 바로 뒤에 바이든 전 대통령을 앉혀 놓고 말이죠. 그는 “간단한 국내 위기조차 관리하지 못했으며 외국에서 벌어지는 재앙적인 사건들에서도 발을 헛디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를 듣던 바이든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은 면전에서 이뤄진 무차별적인 비판에 헛웃음을 짓거나 굳은 표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 당일 워싱턴D.C.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린 행사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나서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 당일 워싱턴D.C.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린 행사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나서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하지만 쐐기골은 따로 있었는데요. “미국 정부는 오늘부로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성별만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외쳤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폐기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정부와 민간 영역을 실력주의로 되돌리겠다고 밝혔죠.

곧바로 취임 당일 트럼프 대통령은 성별·인종 등을 고려한 다양성 장려 정책을 폐기하는 명령 2건에 서명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주관적 ‘성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남성’과 ‘여성’이라는 2개 성별만 인정하는 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성의 생물학적 현실을 뿌리 뽑으려는 노력은 근본적으로 여성들을 공격하는 행위”라며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자 여성이 여성 전용 시설을 이용하도록 허용해온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죠. 주관적 ‘성정체성’에 대해 “순전히 내적이고 주관적인 자아 감각을 반영하는 것이며 생물학적 현실과 유리된 것”이고 “식별을 위한 유의미한 기반을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성별 구분 기준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못 박았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의회의사당에서 취임 선서 후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의회의사당에서 취임 선서 후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1964년 민권법 제정 이래 수십 년에 걸쳐 미국 정부 안팎에서 진전돼 왔으며 인종, 성별, 성정체성, 계층 등 기준도 다양해졌던 ‘소수자 권리 증진’ 기조는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연방정부 부처와 기관마다 지정됐던 ‘최고 다양성 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도 사라졌죠.

앞으로 정부기관, 학교, 공공시설 등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배려 조치가 폐지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연방정부가 발행하거나 관리하는 여권, 비자, 공무원 인사서류 등에도 남성 혹은 여성이라는 2개 성별 중 택일해 표기하도록 양식이 바뀌게 됩니다.

이는 곧바로 진행됐는데요.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21일부터 미국에서 여권상의 성별을 남성과 여성 외에 제3의 성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한 섹션이 사라졌죠. 미 국무부는 그간 여권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에서 ‘성별 표기 선택하기’라는 섹션을 통해 남성(M)과 여성(F) 또는 다른 성별 정체성을 뜻하는 ‘X’를 택할 수 있게 했지만, 이날 해당 섹션을 없앤 것입니다.


▲콜롬비아 출신 이민자 마르겔리스 티노코가 20일(현지시간) 미국 국경과 맞닿아 있는 멕시코 시우다드 후아레스의 한 다리에서 ‘CBP원(CBP One)’ 예약이 취소되자 울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남부 국경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반(反)이민 정책과 관련된 각종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시우다드 후아레즈(멕시코)/AP연합뉴스
▲콜롬비아 출신 이민자 마르겔리스 티노코가 20일(현지시간) 미국 국경과 맞닿아 있는 멕시코 시우다드 후아레스의 한 다리에서 ‘CBP원(CBP One)’ 예약이 취소되자 울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남부 국경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반(反)이민 정책과 관련된 각종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시우다드 후아레즈(멕시코)/AP연합뉴스


이 같은 조처 후 트럼프는 이날 아침 마지막 공식 취임 행사인 국가기도회에서 설교를 맡은 마리앤 버드 성공회 워싱턴교구 주교로부터 “불법 체류자와 성 소수자들에게 자비를 보여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요. 버드 주교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님 마지막 한 가지 부탁을 드리겠다. 주님의 이름으로, 두려움에 떠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며 “민주당·공화당·무소속 가정에 게이·레즈비언·트랜스젠더 자녀가 있고, 일부는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고 했죠. 이를 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역시였는데요. 그는 기도회 후 취재진과 만나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며 “좋은 기도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짢은 기색을 보였습니다.

이런 트럼프의 정책 기조에 디즈니도 눈치(?)를 봤는데요. 지난달 디즈니는 픽사 애니메이션 신작인 ‘이기거나 지거나(Win or Lose)’에서 트랜스젠더 서사를 삭제했습니다. 그러나 디즈니는 트럼프 눈치를 본다는 세간의 의심에 이런 결정은 올여름 이뤄진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는데요. 그러나 2022년 ‘라이트이어(Lightyear)’와 ‘스트레인지 월드(Strange World)’ 등의 가족영화에 성소수자(LGBTQ) 캐릭터와 이야기를 포함하고, 2023년 인어공주 캐릭터를 흑인인 할리 베일리를 내세웠던 디즈니의 달라진 조처임은 확실합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로툰다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를 듣던 중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있다. 워싱턴D.C.(미국)/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로툰다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를 듣던 중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있다. 워싱턴D.C.(미국)/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당시 ‘나치식 경례’로 비난을 받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환호했는데요. 사실 머스크는 가정 내 성소수자 관련 갈등이 있었죠. 머스크의 트랜스젠더 딸인 비비언 제나 윌슨은 성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아버지 머스크와 갈등을 빚었습니다. 머스크는 한 인터뷰에서 딸의 성 정체성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딸이 “‘워크(woke·정치적 올바름)’ 사상에 의해 살해됐다(killed)”고 주장한 바 있죠.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 국제대회도 긴장했습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하죠. 2026년 캐나다, 멕시코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며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하계 올림픽을 진행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성을 여성 스포츠에서 배제하겠다”며 성전환 선수의 여성 스포츠 참가 금지를 공언했죠. 실제로 미국 하원은 관련 법안을 15일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개별 종목이 성별 자격 기준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정책과 정면 배치되는데요. 앞서 성전환 선수들의 출전을 두고 여러 반응이 나온 터라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성별 발언에 “당연한 것을 알려야 하는 세상”, “이제야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 “성적 취향이 다를 뿐 성별은 2개가 맞다”며 환호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성소수자들에 대한 배척으로 벌어질 차별에 불안해하는 이들도 많은데요. 이들은 “세상이 과거로 돌아간다”, “퇴보하는 정책이 박수받는 이상한 세상”으로 두려움을 표하고 있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7%까지 치솟았는데요. 응답자의 약 40~50%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기조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죠. 또다시 내던져진 성 다양성에 대한 의문,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당연’과 ‘차별’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터져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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