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만 아니라 “EU도 아주, 아주 나쁘다”는 트럼프

입력 2025-01-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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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추가 관세 10%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달 1일이 D-데이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세금 전쟁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주목할 것은 이것만이 아니니 설상가상이다. 트럼프는 전통적 동맹인 유럽연합(EU)도 겨냥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을 악용하지만, 중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면서 “EU는 아주 아주 나쁘다(very, very bad)”고 했다.

트럼프는 전날 공개한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에 ‘미국법전(USC) 제26권 제891조’를 담았다. 이 조항은 대통령에게 미국 내 외국 기업·시민에 대한 징벌적 세금 부과 권한을 부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한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에서 빠지겠다고 트럼프가 으름장을 놓고 있는 점을 이 대목에서 유념할 필요가 있다. 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을 막기 위한 다자간 합의가 미국엔 득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이 예컨대 애플 법인세를 10%만 매긴다면, 최저한세율(15%)에 모자라는 5%만큼의 세금을 애플코리아 등 해외 자회사가 소재 국가들에 나눠 내야 한다. 트럼프가 제891조를 든 것은 자기 눈에 흙이 들어가지 않는 한 그런 꼴은 못 본다고 공언한 것이다. 세계 최강국의 어깃장이다. 예삿일이 아니다.

트럼프의 주 표적은 EU, 그리고 중국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일 수는 없다. 국내 조세 운용도 어려워질 수 있고 ‘감세 경쟁’이 다시 불붙을 여지도 있다. 거대 기업 혹은 부유한 개인의 ‘국적 쇼핑’이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다. 국가 간 양극화가 급박해질 수 있다.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민간 소비감소, 고용 위축 등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세금 보복 카드마저 불사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적어도 단기적으론 미국 증시에 호재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등은 근래 줄기차게 상승세를 보인다. 반면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코스피는 22일 다소 올랐지만, 여전히 ‘박스피’에 갇혀 있다. 주식은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뚝뚝 떨어지는데도 이중 삼중 규제에 묶여 차세대 먹거리 산업이 제대로 크지 못하는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입법권을 쥔 정치권이 할 일과 하지 말 일을 잘 구분하기만 해도 상황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2기 대응도 쉬워진다. 눈앞의 현실은 참담하다. 경쟁국 기업들은 24시간, 365일 뛰는데도 한국 기업 연구소는 경직적인 주 52시간 근무제에 묶여 저녁만 되면 불 끄고 퇴근하기 바쁘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런데도 ‘반도체 특별법’처리를 가로막는다.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 해상풍력발전법 등도 오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신세다.

이러다 세금 전쟁의 불길이 세계적 규모로 번져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상실하거나 해외로 빠져나갈까 걱정이다. 입법권력의 자성이 급선무다. 한시가 급하다. 정치가 시장을 매타작하는 나라에서 신산업이 어찌 출범하고, 성장 동력은 또 어찌 생기겠나. 트럼프가 중국, EU 대신 한국을 두고 “나쁘다”고 말하는 날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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